한투지주·다음카카오 인터넷은행 손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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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금융지주(한투지주)와 다음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금융 당국은 다음달 말 한투지주·다음카카오 컨소시엄을 포함한 후보들의 인가 신청을 받아 연내 1~2곳의 인터넷전문은행에 예비인가를 내줄 계획이다. 이에 따라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23년 만에 은행시장에 신규 진입자가 탄생해 국내 은행 경쟁구도에도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5일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한투지주 김남구 부회장과 다음카카오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직접 만나 합의했다”며 “한투지주가 지분의 50%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고 다음카카오가 10%를, 나머지는 다른 참여사에 배분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사는 신한·KB국민·하나·기업·우리 등 시중은행에도 컨소시엄 참여를 타진한 상태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혁신적인 ‘모바일뱅크’를 만들어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 ‘한투지주·다음카카오’ 연합의 등장으로 미래에셋과 교보생명 등 증권·보험사와 KT·인터파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중인 정보기술(IT) 기업 간의 컨소시엄 구성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국내 금융산업을 종횡으로 구분하고 신규 진입자의 진출을 가로막던 ‘칸막이 규제’의 해체를 상징한다. 이와 함께 금융산업 내 업권 구분 없는 경쟁을 촉발시킬 ▶주거래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은행·증권·보험 복합점포 ▶크라우드펀딩 등이 연쇄적으로 도입되며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시장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주요 은행들이 과점하며 별다른 혁신과 경쟁 없이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 왔다”며 “그러나 저금리·저성장 장기화로 금융산업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규제의 칸막이도 낮아지면서 생존을 위한 ‘뺏고 뺏기는’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박수련 기자 jming@joongang.co.kr

◆인터넷전문은행=온라인상으로 계좌 개설부터 결제·대출·자산관리 등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간편결제로 결제하며, 전자상거래 기록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대출 심사를 받는 등 모든 금융 서비스가 온라인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이르면 올해 안에 1~2곳이 인가를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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