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월호 특조위, 방만 예산 논란을 불식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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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편성해 지난 23일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올해 예산안이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산안 160억원 중에는 ▶직원 체육대회 비용 252만원 ▶동호회 지원비용 720만원 ▶직원 생일 경비 655만원 등이 포함됐다. 일부 직원에게는 명절휴가비 명목으로 1인당 139만~221만원씩, 연가보상비로 1인당 78만~194만원씩을 배정했다. 수당을 줘야 하는 직원들의 출장과 야근이 지나치게 잦게 편성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특조위는 연초 해양수산부 파견 공무원들이 제출한 안을 참조해 만든 것이라며 정부 부처에 적용되는 지침에 따라 항목과 금액을 편성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비극인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생긴 조직의 직원들에게 일반 공무원과 똑같은 혜택을 누리게 하겠다며 예산안을 편성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하다. 게다가 특조위는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1년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따라서 다른 공직 조직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게 합당하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꼭 필요하지 않은 비용을 줄이고 최대한 알뜰하게 조직을 운영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우선 기재부와 최종 예산 편성 과정에서 과다책정 논란을 빚고 있는 각종 예산을 자진 삭감해 방만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 국민의 뜻에 따라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켜 만든 조직인 특조위는 국민의 성원을 받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굳이 비싼 임대료가 드는 서울 중심지의 번듯한 빌딩에서 새 집기를 사용하면서 활동하는 대신 검소한 사무실에서 중고 집기를 놓고 세금을 최대한 아끼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조위는 진상규명과 함께 안전사회 건설과 관련된 제도 개선과 피해자 지원 대책을 점검하는 일까지 폭넓은 임무를 맡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도 이른 시일 안에 예산을 배정해 속히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도, 특조위도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노란 리본의 참 의미를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