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크라우드펀딩, 경제 활력 되찾는 작은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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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했다. 감동적인 마무리만큼이나 7000여명이 넘는 후원자의 이름을 모두 소개한 ‘엔딩 크레딧’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 제작기간은 7년이 넘었고 제작비가 모자라 영화 제작이 중단되는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시민이 십시일반(十匙一飯) 모은 돈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엔딩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한분 한분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2년여간의 논의를 거쳐 통과했다. 다양한 연평해전식 엔딩 크레딧의 출현을 뒷받침할 제도가 마침내 마련된 것이다. 법이 시행되면 창업기업이 온라인 포탈을 통해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손쉽게 모을 수 있게 된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기업은 낮은 신용도 때문에 은행이나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라고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탈이 있지만 사실 지원이 충분치는 않다. 이처럼 기존 방식으로는 지원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창업·신생기업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투자자도 적은 금액을 직접 투자하여 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간편한 수단을 얻는다. 조금은 낯설고 새로운 투자방식이지만 적어도 투자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외면받거나 피해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새로운 제도가 시장에 자리 잡기까지는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정착을 기대하는 이유가 있다. 핀테크(Fintech)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우리 국민의 높은 관심이 그 중 하나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핀테크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SNS를 통한 정보공유는 어느덧 우리의 삶에 보편화됐다. 이러한 핀테크와 SNS는 대중의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접근성을 한층 높일 것이고, 창업기업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을 검증받는 통로로 작용할 것이다.

 한발 더나가 크라우드 펀딩은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될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데다 저출산·고령화라는 난제와도 씨름하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며 장기적인 경제 체력도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뭉친 청년이 보다 손쉽게 창업에 나서고, 새로운 모험적인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것이다.

법이 통과된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어렵게 만들어진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이다. 정부는 크라우드펀딩을 전국 에 설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기존 인프라와 효과적으로 연계시킬 계획이다. 성장사다리펀드·모태펀드 등 정책자금을 크라우드 펀딩 성공 기업에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만큼 중요한 건 사회적 관심이다. 앞으로 많은 분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창업·신생기업의 든든한 후원자, ‘엔딩 크레딧’이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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