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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업무용 차량 이용한 탈세, 손볼 때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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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재교
세종대 교수·세법학

요즘 법인과 개인사업자의 업무용 차량을 이용한 탈세가 문제다. 탈세액이 얼마나 될까. 예를 들어, 개인사업자가 3억원짜리 승용차를 구입하여 운행하면 5년간 그 구입비용과 유지비 전액을 비용처리할 수 있다. 운행 유지비를 낮춰 잡아서 연 20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5년간 4억원을 손비산입하여 그 41.8%인 1억6700만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이 정도의 차를 굴릴 정도면 최고세율(38%)이 적용될 정도일 터이니 주민세 포함하여 41.8%로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법인의 경우 법인세율은 낮지만 사업주가 배당받으면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므로 절세금액은 별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사업소득자들은 3억원짜리 고급승용차를 개인 용도로 운행하면서 5년간 2억3000만원 정도만 부담하고, 나머지 1억7000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것과 다름없다. 제돈 내고 차를 사는 사람은 바보인 셈이다.

 실상 오래 전부터 이런 문제는 잘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2007년 이계안 당시 의원이 3000만원을 넘는 차량의 비용산입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외국은 일찍이 대책을 마련했는데, 캐나다는 연 2700만원, 일본은 2600만원, 호주는 5000만원, 미국은 2000만원 이상의 차량에 대해서는 비용인정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가 캐나다 수준으로 입법할 경우 적어도 연간 1조5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해 세수부족 예상액 5조∼6조원의 4분의1이 넘는다. 그런데 정부는 어찌된 일인지 소극적이다. 업무용 차량에 대해 손비한도액을 정할 경우 수입차에 대한 차별이 되어 통상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수입차든 국산차든 일정 금액, 예컨대 3000만원을 넘는 차량에 대해서 비용인정을 제한하겠다는 것인데 통상마찰이 무슨 아랑곳인지 모르겠다.

 세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세 정의(正義)의 문제다. 조세정의가 무너지면 조세저항이 격렬할 수밖에 없다. 민주혁명으로 불리는 영국의 대헌장, 미국의 독립전쟁, 프랑스 대혁명 모두 그 발단은 조세저항이었다. 특히 불공정한 세금으로 인한 조세저항은 더 무섭다. 조선 중종 36년(1541) 군역에 갈음하여 부과하는 군포(軍布)를 상민들에게서만 받고 양반들에게는 면제해 주는 제도를 실시했는데, 이로부터 50년 후에 일어난 임진왜란에서 백성 상당수가 왜군에 가담한 것은 이에 대한 조세저항이었다는 지적(이덕일, 『칼날위의 역사』)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 정의에 반하는 세금은 공동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

 KBS가 지난 2월 국민을 상대로 세금부과의 공정성에 대하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매우 불공정하다’가 40.4%, ‘불공정한 편’이 50.1%으로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90.5%였다 한다. 유리지갑이라 자조하는 봉급생활자들이 세금지원으로 운행되는 ‘업무용 차량’을 보면서 어떻게 생각할지 물어볼 필요도 없겠다. 업무용 차량을 이용한 탈세는 세수나 통상마찰 차원이 아니라 조세정의의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공동체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이재교 세종대 교수·세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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