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중소기업, 미국 진출 땐 탄력적 가격 전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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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별 수입 비중을 보면 중국 19.6%, 일본 5.6%인데 비해 한국은 2.7% 수준에 불과하다.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우리 중소기업에게는 높은 진입장벽들로 인해 미국시장이 아직 ‘그림의 떡’으로 보인다.

 지난 해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완구용 드론이 히트 상품이었다. 한국 벤처기업의 미니 드론 제품이 한 온라인 마켓에서 3일 만에 1000여 개를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연휴 기간 중 판매된 80% 이상이 중국산 제품이었다고 한다. 중국산 유사제품은 디자인 및 기술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한국 제품의 3분의 1이라는 파격적인 단가를 제시하고 있었다.

 월마트와 같은 대형유통업체는 처음에 시험적으로 작은 물량을 구입해 판매해 보고 소비자 반응이 좋으면 물량을 확대해 전국 매장에서 판매한다.

 중국 제품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높은 이유 중에 하나가 미국 유통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초기단계부터 향후 대량 납품을 염두에 둔 저 가격정책에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말 중소기업진흥공단 미국 유통망진출지원센터가 미국 전역 소비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미국 소비자의 한국 제품 인식도 조사’를 실시했다. 한국 상품 구매동기를 묻는 질문에서 ‘가격’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8.1%로 나타났다. 결국 브랜드가 약한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 미국시장에 진입하는 길은 가격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 첫째, 가격전략을 탄력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보다는 바이어의 요구 수량에 맞게 다양한 가격 테이블을 준비해 어떤 경우든 맞출 수 있는 준비를 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 시장 진입 후 소비자의 수요가 많아질 때, 제품의 기능을 더해 가격을 변화시켜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상당수의 미국 현지 유통전문가는 수많은 제품들이 유입되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그 제품만이 갖는 차별적인 스토리텔링을 갖추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품 기능 위주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가공, 포장하여 마케팅 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가치를 창조하고 소비자들의 문화적인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셋째, 현지화가 중요하다. 제품 포장의 현지화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브랜드의 현지화, 기업 현지화가 더 중요하다. 당장에 현지진출이 어렵다면 현지 유명 브랜드와의 제휴, 또는 PB화를 통한 진출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겠다. 미국 소비자의 대다수가 수입산 보다 자국 브랜드가 우수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카멜레온은 단순히 배경색에 맞춰 피부색을 바꾸는 게 아니라 주위의 빛과 온도 등 미세한 조건에 따라 변한다고 한다. 우리 중소기업도 미국 유통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현지화해서 자기만의 색깔로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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