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재테크를 위한 걸작, 만능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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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제도는 세제당국과 금융당국이 지난 몇 년간 내놓은 금융관련 제도 중 가장 혁신적이고도 상품성이 높은 걸작이다. 펀드, 예·적금, ELS 등 다양한 상품을 한 계좌에 다 넣을 수 있고 상품에 관계없이 계좌에 대해 비과세 또는 저율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했다. 만능통장(계좌)인 만큼 개개인이 직접 펀드매니저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ISA제도의 핵심은 첫째, 파격적인 세제혜택, 둘째, 역대 최고의 납입한도, 셋째, 자유로운 편입상품 선택이다.

 정책학에서는 정책목표, 정책수단, 정책대상자를 정책의 3대 구성요소로 정의한다. 그간 ISA와 유사한 정책목표를 가진 여러 정책이 시행되어 왔지만, 정책의 수단과 대상자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재형저축은 특정한 개별상품에만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저축자가 시장상황에 적극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총급여 5000만원이하 등 특정계층만 대상자로 설정하여 정책효과가 제한됐다. ISA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써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도 이 제도의 최대 매력은 ‘손익통산·순이익과세’에 있다. ISA안에 편입된 상품의 모든 이익과 손실을 합산, 해지하는 시점의 순이익에 대해서만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한다. 실질과세, 공평과세 원칙에도 부합하고 계좌에 다양한 상품을 담아서 운용하는 실질적 편익이 여기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면 펀드에서 손실이 나도 예금에서 발생한 이익과 차감할 수 있어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 원칙에도 맞는다.

 ISA에 다양한 금융상품을 자유롭게 편입할 수 있는 것 또한 이 제도의 혁신성을 보여준다. 가입자가 스스로 또는 금융회사의 도움을 받아 시장상황에 따라 펀드와 예금의 비중을 조절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산관리를 할 수 있다. 스스로 펀드매니저가 되는 것이다. 과거의 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장기펀드가 일부 계층에 대한 ‘기성품’형 혜택이었다면, ISA는 국민 대다수에 대한 ‘맞춤’형 혜택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정부가 혁신적인 재산형성 제도를 만들었으니 이를 잘 활용해서 부를 키워나가는 일은 시장의 몫이다. 우선 개인은 자신의 재산목록을 잘 살펴서 예·적금이나 부동산 투자가 과도하면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금융상품을 더 많이 공부해야한다는 뜻이다.

 ISA를 개설하는 개인을 위해 금융투자회사가 해야 할 일도 많다.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영업관행은 이제 의무사항이다. 고객의 능력과 위험선호도에 맞춰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안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응전략을 제시해주는 것도 금융투자회사가 해야 할 과제다. 고객의 장기종합수익률을 책임지고 관리해주는 금융투자회사만이 신뢰를 받을 것이다.

 한국금융시장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 적은 흔치 않다. 처음으로 열린 ‘만능통장’시대에 이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한 시장참여자의 치열한 노력을 기대한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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