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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빅2’증시 … 중국 급락, 미국선 거품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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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 부양책 곧 끝날 것” 우려에 4000선 깨져

상하이지수 8년 만에 최대 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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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은 중국 증시에 ‘검은 월요일’이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거래일보다 8.5% 내린 3725.56으로 장을 마쳤다. 2007년 2월 이후 8년 5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중국 정부가 총력을 다해 끌어올렸던 4000선은 힘없이 무너졌다. 중국 경기에 대한 우울한 전망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며 투자 심리를 흔든 탓이다. 선전종합지수는 7% 하락한 2160.09로 마감했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6월 제조업 순이익은 전년도 같은 달에 비해 0.3% 줄었다. 지난달 0.6% 증가에서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상반기 제조업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하락하며 투자자의 불안감을 키웠다.

 중국 증시의 붕괴는 정부가 시장을 지지하는 ‘국가주도장’의 반작용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우려감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지미 주오 궈센증권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활황장으로 복귀할 것이란 확신을 갖지 못한 투자자가 (상하이 지수가) 4000을 넘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리 오시다리 오카산증권 스트래지스트는 “당국이 증시 부양을 위해 매수했던 종목이 하락세를 주도한 것을 보면 정부 지원 없이는 시장이 굉장히 허약하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홍콩 증권거래소를 통해 매물을 쏟아낸 것도 증시 급락을 부추겼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에 따르면 상하이 증시의 외국인 순매도액은 24일 현재 333억 위안(약 6조248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상장 종목의 거래를 중지하고 대주주의 주식 처분을 제한하는 등) 중국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관제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안 당국이 증시 급락을 초래한 악성 공매도에 대한 수사 방침을 표명하며 외국인 투자자를 희생양으로 삼을 것이란 소문도 외국인의 투매를 자극했다.

 28~29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 인상을 시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심리 위축에 영향을 준 요인이다. 이 여파로 이날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0.35% 내린 2038.81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 지수도 0.95% 하락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나스닥, 닷컴 버블 붕괴 때처럼 소수 종목이 좌우

6개 종목, 시총 증가의 절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오직 6개 종목 주식만이 중요하다”는 기사를 다뤘다. 상당히 자극적 이다. 거론된 6개 종목은 아마존·구글·애플·페이스북·넷플릭스·길리어드사이언스다. 올 들어 나스닥지수의 시가총액이 6640억 달러(약 774조원) 불어났는데, 6개 종목의 시총 증가분이 53%를 차지했다 . 나스닥의 ‘6황제’다. 미국 재계의 판도까지 뒤바뀌고 있다. 아마존이 시총에서 월마트를 추월해 ‘유통의 제왕’에 등극한 것이 다. 올 들어 주가가 71.6% 상승한 아마존의 시총은 2476억 달러로 월마트(2305억 달러)를 압도했다. 월마트의 연매출이 아마존의 5배라는 사실은 증시에서 통하지 않고 있다.

 WSJ 기사는 미국 증시, 그중에서도 나스닥 거품 우려를 짚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24일 현재 5088.63으로 닷컴 버블 당시의 정점(2000년 3월 10일)인 5048.62를 넘어섰다.

 소수 종목 편중은 크게 두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시장을 대표하는 주식이 시장을 이끄는 경우다. 이런 경우 얼마 뒤 주가 상승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대된다. 다음은 활황 장세가 장기 지속하며 대부분의 종목이 나가떨어지고 일부 종목이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경우다. 후자의 경우 증시에선 지독한 양극화가 일어난다. 파이오니어 펀드의 존 케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에도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진다”고 말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닷컴 버블’이다. 그해 버블이 터지기 전까지 S&P 지수 전체의 불어난 시장가치는 상위 6개 종목의 시총 증가분과 맞먹었다.

 다른 지수도 노란색 깜빡이를 켜고 있다. 나스닥 시장에서 떨어지는 종목 수가 오르는 종목을 능가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장이 대세 하락으로 돌아섰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장 외곽에는 위협적인 요소들이 넘쳐난다. CNN머니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를 대표적으로 지목했다. Fed는 늦어도 12월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태세고, 달러화 가치는 지난 1년간 주요국 통화바스켓과 비교해 21% 이상 상승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현재 나스닥은 2000년 당시와 많이 달라졌다. 황제주는 모두 탄탄한 이익을 내고 있다. 무늬만 ‘기술주’가 아니다. 그때는 기술주가 나스닥의 65%를 차지했지만, 저변이 확대돼 43%로 줄었다. 이래저래 시장에선 갑론을박이 계속될 것 같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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