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독주에 민심 돌아서…내각 지지율 연일 '뚝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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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자민당 등 집권 여당이 지난 1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과 자위대 해외 파병 확대를 골자로 한 11개 안보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후 민심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4~26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지지한다’는 답변은 43%로 ‘지지하지 않는다(49%)’에 처음으로 역전 당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같은 시기 조사에서는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38%로 2012년 12월 제2차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앞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아사히(朝日)와 마이니치(每日)·산케이(産經)·도쿄(東京)신문을 포함한 일본 주요 6개 일간지 모두 반대 여론이 더 높게 나왔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번 조사(7월 3~5일)때 49%에서 6%포인트 하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9%포인트 올랐다. 집권 여당이 중의원에서 안보 법안을 강행 처리한 데 대해서 61%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가 혈세 낭비 논란을 빚은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계획을 17일 전면 백지화한 데 대해서는 ‘(좋게) 평가한다’는 응답이 83%에 이르렀지만 지지율 하락에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닛케이 여론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한달 전에 비해 9%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10%포인트 급등한 50%를 기록했다. 지지율 40%대가 무너진 것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50%대에 진입한 것도 처음이다. 아베 총리의 취임 4개월 후인 2013년 4월 76%까지 치솟았던 내각 지지율이 2년 3개월 만에 반토막 났다. 응답자의 57%는 안보 법안의 이번 국회 통과에 대해 ‘반대’라고 답했다. ‘찬성’은 26%에 그쳤다. 또 81%는 일본 정부의 안보법안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법안 통과에 찬성하는 응답자들 중에서도 69%가 설명 부족을 문제로 꼽았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38%가 ‘정부와 당의 운영 방식이 나쁘다’고 답했다. 한달 사이 7%포인트 상승했다. 부정적인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안보 법안을 밀어붙이는 일방 독주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자민당의 지지율은 2%포인트 하락한 35%를 기록했다. 자민당 지지층의 내각 지지율도 6월 조사 때보다 11%포인트 떨어진 74%에 그쳤다.

안보법안 강행 처리에 대한 역풍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본 ‘엄마’들도 반대 시위에 가세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젊은 엄마들을 중심으로 집회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며 유모차를 끌거나 아이를 안고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어머니 모임’ 회원 2000명은 26일 도쿄 시부야(澁谷)에서 “아이는 (전쟁터에서) 남을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란 구호를 외치며 시가 행진을 벌였다. 이날 후쿠오카(福岡)와 교토(京都) 등에서도 ‘전쟁 반대’와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손 팻말을 든 어머니들의 항의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안보 법안에 대한 참의원 심의는 27일 시작됐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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