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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WTO의 ‘IT 관세 철폐’… 반갑지만 마냥 웃을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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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 협상 타결로 1조 달러(약 1150조원) 규모의 IT 시장이 추가 개방된다. 이번에 개방하기로 한 무관세 대상 품목 201개 중엔 우리가 강점을 지닌 IT 제품이 대거 포함돼 있다. 수출 급감으로 고전 중인 한국엔 단비 같은 소식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우리나라는 이들 품목에서 2013년 기준 1052억 달러를 수출해 381억 달러의 무역 흑자를 냈다. 203개 품목을 개방했던 1996년 1차 협상에서 최대 수혜자는 한국이었다. 이때 컴퓨터·반도체·휴대전화 등 주요 IT 제품이 개방돼 우리나라의 IT 수출이 20년 새 5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이번 ITA는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교역에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201개 중 94개 품목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일정보다 앞당겨 관세가 철폐될 전망이다. 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중국이 한·중 FTA 때 빗장을 꽁꽁 잠갔던 25개 품목도 이번 ITA로 개방된다.

 그렇다고 마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니다. ITA 협상은 시작한 지 3년이 넘었다. 지난해 11월에야 미·중 간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의 압력이 크기도 했지만 중국이 시장을 그냥 개방한 게 아니다. 액정표시장치(LC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것들은 완강히 버텨 지켜냈다. ‘제조업 2025년’ 전략에 따라 차세대 먹거리나 자신들이 꼭 생산해야 할 것은 개방하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 IT 기업의 실력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에 상륙한 중국 IT 기업 샤오미(小米)의 보조배터리는 ‘대륙의 실수’로 불리며 국내 소비자에게 인기몰이 중이다. 실력으로 국산 가전제품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방심하다간 언제 이런 차이나파워에 밀릴지 모른다.

 ITA를 활용해 우리의 IT 수출 경쟁력을 최대한 길고 강하게 유지할 전방위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남아 있는 품목별 세부 협상에 차질 없이 대응하되 기업은 경쟁력 유지·강화 전략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개방은 늘 양날의 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