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좀 태워주세요" 히치하이킹 로봇, 출발지서 발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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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킹은 여행지에서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을 때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물론 낯선 사람을 차에 태워줄 운전자가 나타나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로봇이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로봇이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에서 서부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여행을 시작했다고 A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오직 히치하이킹을 통해서만 대륙을 횡단해야 하는 이 로봇의 이름은 ‘히치봇’. 얼굴에 달려있는 화면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영어와 프랑스어가 가능해 간단한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양 손에는 노란 장갑을 끼고 있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사람들은 히치봇을 발견할 때마다 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며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로부터 너무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서일까. 여행을 시작한 지 1주일이 넘었지만 히치봇은 아직 매사추세츠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히치봇을 차에 태워줬지만, 정작 목적지로는 향하지 못하고 매사추세츠 주변을 빙빙 돌고 있는 것이다.

히치봇은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의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가 개발한 로봇이다. 스스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 오직 히치하이킹을 통해서만 이동할 수 있다. 동력 장치가 없기 때문에 차에 태워주는 것도 차 주인이 직접 히치봇을 들어 자동차에 옮겨줘야 한다. 스미스 교수는 ‘히치봇 프로젝트’에 대해 “과연 인간과 로봇이 서로를 신뢰하고 소통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사진=히치봇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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