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술 접대받은 직원, 승진 앞뒀다고 감춘 대전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동두천시 공무원 A씨는 2013년 6월 놀이터에서 B씨(19)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고발됐다. A씨는 강제 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피해자와 합의해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동두천시는 이런 사실을 의정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통보받았으나 A씨에게 감봉 1개월의 경징계만 내렸다. 동두천시 인사규정대로라면 A씨는 정직(停職) 이상의 중징계를 받아야 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기관들이 내부 직원의 비위를 적발하고도 ‘봐주기 징계’를 하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이 22일 공개한 ‘자체감사 기구 운영 실태’에 따르면 대전시 감찰 공무원들은 2013년 10월 시 공무원 C씨가 당직 근무 중 무단 이탈해 직무 관련자로부터 3차례에 걸쳐 술 접대를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이 중 한 차례는 나이트클럽에서 접대를 받았다. 하지만 감찰 담당자들은 C씨가 승진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비위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감찰 담당자들은 C씨가 승진한 이후에야 상부에 적발 사실을 보고했으나 중징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나이트클럽 접대 사실은 감췄다. 결국 C씨는 감봉 2개월의 경징계를 받았다.

 뇌물을 받았는데도 경징계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 화성시 공무원 D씨는 2009년 공사 관계자로부터 현금 100만원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100만원 이상 금품을 수수한 경우 ‘해임’ 이상의 중징계를 받아야 하지만 경기도 인사위원회는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내렸다. “포상을 받은 공적이 있고 능동적인 업무 처리 과정에서 과실로 비위 사실이 발생한 것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직원 E씨는 2011년 6월~2012년 9월 멕시코 볼레오 광산 개발을 담당하며 광물 가격을 마음대로 높게 적용해 막대한 손실을 끼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으나 “업무난이도가 높았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 처분에 그쳤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인데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내부 감찰 시스템이 온정적이고 형식적이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자체 감사기구와 징계 처분을 결정하는 인사위원회는 독립성이 보장돼 있는 만큼 정해진 인사규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