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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고 4강행 이끈 김민호 코치 아들 김성훈

중앙일보

입력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네."

21일 제4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케이토토 협찬) 8강전이 열린 서울 목동구장. 경기고 6번타자가 6회 초 안타를 치고 나자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의 칭찬이 터져나왔다. 주인공은 김민호(46) KIA 수비코치의 아들인 김성훈(17)이었다.
경기고는 2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케이토토 협찬) 준준결승에서 장충고를 5-4로 이겼다. 경기고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4강에 진출하며 사상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경기고는 2000년과 2008년 준우승을 차지했다.

2-2로 맞선 6회에 승부가 갈렸다. 경기고는 6회 초 김건우의 좌전안타, 박준영의 볼넷, 오승현의 내야안타을 묶어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5번타자 김경민은 바뀐 투수 이재민으로부터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때려 3-2를 만들었다. 이어진 타자는 김성훈. 앞선 두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던 김성훈은 중견수 왼쪽 뒤로 빠지는 안타를 때렸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3루타. 경기고는 서의태(4와3분의1이닝 2실점)와 박준영(4와3분의2이닝 2실점)의 계투에 힘입어 장충고의 추격을 따돌렸다. 원래 투수였다가 올해부터 야수에 전념한 김성훈은 중요한 고비에서 적시타를 때려내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성훈은 "2학년들이 조금 부진했는데 필요할 때 좋은 모습을 보여 기쁘다. 타격감이 올라서 내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평소 큰 걸 좀 의식한 편이었는데 오늘은 짧게 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였지만 김성훈은 야구에 흥미가 없었다. 야구 입문도 초등학교 야구부가 아닌 리틀야구로 시작했다. 김성훈은 "처음에는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공부만 했었고, 취미 수준이었는데 어느 순간 빠져들었다. 아버지가 처음에 시작할 때 약간 반대를 하시다 인정해주셨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은 감출 수 없었다. 2011년 김성훈은 리틀야구 사상 첫 3연타석 홈런을 때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김성훈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바로 아버지다. 그가 넘어야 할 산 역시 아버지다. 김성훈은 "평소 아버지는 야구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으신다. 생활 태도 정도만 말씀하신다. 그렇지만 내가 제일 닮고 싶은 사람은 아버지다. 아버지를 뛰어 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웃었다.

김성훈은 잠신중-경기고를 거치면서 다소 기량이 정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학 시절부터 투수로 전향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는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김성훈은 "(박)준영이 형이 중·고 1년 선배다. (올해 투수로 전향한)준영이 형처럼 나도 내년엔 투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신현성 경기고 감독은 "시속 139㎞ 정도까지 던질 수 있지만 너무 힘으로 던진다. 어깨에 힘을 빼는 것만 익히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효경 기자, 이성웅 인턴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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