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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바이든 “나도 세 자녀 키운 경단녀 … 한국 여성들 상황에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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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8일 방한한 미국의 세컨드 레이디 질 바이든 박사가 진관사를 찾아 합장하고 있다. 바이든 박사는 “자매들(비구니 승려들)과 여성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것이 이번 방문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AP=뉴시스]

미국의 세컨드 레이디(부통령 부인)로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73) 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64) 박사가 한국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문제에 공감했다. 교육학 박사인 그 역시 세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둔 ‘경단녀’였다. 여성의 권익 문제를 부각하기 위한 아시아 3국 순방(한국-베트남-라오스)의 첫 일정으로 18일 한국을 찾은 그를 동행취재했다.

 그가 이날 오후 1시10분쯤 미 공군 전용기를 타고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하기 직전 백악관 관계자가 한가지 부탁을 했다. 공식 호칭을 ‘바이든 여사(Mrs. Biden)’가 아니라 ‘바이든 박사(Dr. Biden)’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바이든 박사는 이날 오후 여성가족부 주최로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한 나라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되려면 여성이 먼저 잠재력의 최대치를 발휘해야 한다”며 “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를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런 뒤 “글로벌 개발 분야에서의 우수한 성과, 훌륭한 거버넌스 등 한국의 발전은 한국 여성의 근면함과 기여가 없었다면 성취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사회든, 정부든, 기업이든 간에 (의사결정) 테이블에 여성의 자리가 있을 때 훨씬 더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교육 면에선 충분한 성취를 이뤘지만,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는 아직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희정 여가부 장관과 따로 만나선 “양성의 기회 균등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도 한국만큼이나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앞서 비구니 전용 사찰인 서울 은평구 진관사를 찾아서도 여성의 교육을 주제로 승려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주지 계호 스님, 총무 법해 스님과 한 시간가량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 바이든 박사는 기자들과 만나 스님들을 ‘자매들(sisters)’이라고 불렀다. 진관사 방문은 비구니 승려들의 수행과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에 주목해 바이든 박사가 직접 정했다고 백악관 관계자는 전했다.

 바이든 박사는 1977년 당시 바이든 상원의원과 결혼한 뒤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81년 딸을 낳은 직후 일을 그만뒀다. 그는 12년간 일을 중단하고 93년에야 대학 강단으로 복귀했다. 2007년 교육학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할 때는 “누군가의 부인보다 교육자로서 인정받고 싶다”며 결혼 전의 성(姓)을 사용했다.

 바이든 박사는 방한 직전 보그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나 역시 워킹 우먼으로서, 일하는 여성에게 요구되는 희생을 경험했다. 한 시간 거리를 운전하며 학교를 오갔던 시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해 죄책감을 가졌던 것이 생생히 기억난다”고 했다. “석사학위 두 개와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데 15년이 걸렸지만, 교육은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평생의 일이기에 버텨낼 수 있었다”고도 했다.

 바이든 박사는 지금도 미 노던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남편이 부통령이 된 뒤에도 드물게 일을 그만두지 않았다.

 1박2일의 일정을 마친 바이든 박사는 19일 오전 베트남으로 출발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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