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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는 미래에 뭘 먹고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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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
고수석 기자 중앙일보 부데스크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취업준비생들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한창 직장에서 꿈을 펼칠 2030세대다. 하지만 취업을 못해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들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떨까. 힘들게 고3 생활을 뒷바라지해 대학에 보내 놓으면 고생이 끝날것으로 생각했는데 또 다른 ‘연장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일 게다. 그리고 아버지는 정년 퇴임을 했거나 다가오고 있다.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막막하기만 하다. 한국에서 부모 노릇 하기가 정말 힘들어지고 있다.

 며칠 전 고려대에서 올 8월 박사 학위를 받는 30대 초반 후배가 찾아왔다. 박사 학위를 받고도 취업하기 힘든 현실을 하소연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상 물정을 모르는 착한 아내가 박사 학위를 받았으니 ‘큰 벼슬’을 한 것처럼 싱글벙글하는데 답답한 심정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2015년 한국 청춘의 자화상이다.

 청년실업이 사회 문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이제는 둔감해지고 있다. 정부도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대책이란 대책을 다 끌어모으고 있지만 무늬만 더 화려해질 뿐이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영향과 지난 6개월 동안 수출이 계속 감소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추경 예산을 포함해 총 22조원 규모의 경기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적했지만 이 정도의 재정 확대로 3%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뾰족한 방법이 없으면 저성장이 지속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지금이야 그럭저럭 버티지만 이 상태로 5년만 지속돼도 고통이 폐부를 찌를 것이다. 청년실업과 은퇴가 점점 사회 문제로 곪아 터질 가능성이 크다. 4050세대는 대학을 졸업할 때 지금처럼 취업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일부는 3~4개 회사에 중복 합격하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그 좋은 시절은 주변 환경의 도움도 있었지만 7080세대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였다. 그런데 7080세대로부터 즐거운 비명을 물려받은 지금의 4050세대는 ‘저성장의 유산’을 2030세대에 물려줄 판이다.

 지금 한국의 국내외적 환경을 둘러보면 저성장의 탈출구는 아무리 생각해도 북한밖에 없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것도 북한과의 경제협력뿐이다. 지난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0년 만에 남북 경제교류 신 5대 원칙을 제시한 것도 기업들의 절박함에서 나왔다고 보인다. 일부 대기업의 올 2분기 실적이 조(兆) 단위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그 방증이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남북한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제 중심의 패러다임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지원과 봉쇄의 패러다임을 뛰어넘자는 것이다. 그 길에서 2030세대가 미래의 먹을거리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