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0명 뽑은 자카르타 한인업체 ‘레젤’ … “해외 취업 늘리는 지름길은 해외 창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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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교외의 자카르타KBN(인도네시아 보세구역)의 의류업체 두산찝따 공장. 지난해 초 해외 취업에 성공한 한지연(26)·하유경(26)씨의 일터다. 두 사람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 글로벌 잡 탐방단의 일원으로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에 와 현지 한인 업체들을 둘러보고 면접을 한 뒤 취업했다.

 해외영업팀 소속인 한지연씨는 지난 5월 12일 H&M 등 글로벌 패스트 패션 업체와 올 가을·겨울 시즌 제품 디자인을 확정하고 가격을 협상하고 있었다. 서울여대 섬유공예과를 졸업한 한씨는 대학 때부터 의상 전문가를 꿈꾸며 의류학을 부전공으로 이수했다. 한·미 연수 취업(WEST)을 통해 6개월 동안 미국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뒤 한국계 인도네시아 기업에 취업했다. 글로벌 의류 생산 기지인 인도네시아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서다.

 충남대 의류학과를 졸업한 하유경씨는 대학 시절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며 인도네시아 취업을 준비했다. 수습 세 달을 마친 뒤 이들이 받은 월급은 2600달러(약 290만원) 선. 생활은 도우미가 딸린 120㎡ 크기의 회사 아파트에서 세 명이 함께 지낸다. 아파트 임대료·관리비와 도우미 인건비 등은 모두 회사 부담이다. 취업난에 고생하는 대학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이유다.

 기업의 해외 진출이나 해외 창업이 청년 취업과 연결되는 K-MOVE의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K-MOVE의 성공에는 일찍부터 신흥국에 진출한 한인 업체의 공이 크다. K-MOVE를 통해 국내 인력을 공급받는 두산찝따는 인도네시아 6개 공장에서 7000명을 고용하는 중견 한인 업체다. 박효진 관리부장은 “K-MOVE 이전에 이용하던 구직 사이트나 에이전트보다 공신력이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전산시스템 확충을 위해 한국에서 3~5년차 대리급 인력을 찾고 있다.

 자카르타 도심 벨레자 타워 3개 층을 사용하는 한인 홈쇼핑업체 레젤 본사에서 만난 김유경(35) 기획팀장은 “해외 창업이 해외 취업을 늘리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레젤은 당초 한국 홈쇼핑업체의 인도네시아 시장개척팀이었으나 본사가 철수를 결정하자 현지 인력이 의기투합해 만든 기업이다. 한국인 20명이 홈쇼핑 부문에서 일한다. 1998년 고등학교 때 부모님을 따라 인도네시아로 온 김 팀장은 “한국에서 성공한 것은 세계에서도 통한다”며 “메이드 인 코리아는 제품·서비스뿐 아니라 사람도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K-MOVE는 국내 청년이 세계로 나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해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존 각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운영하던 해외진출 프로그램을 2013년 하반기부터 통합·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까지 연간 청년 1만 명을 해외에 취업시키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2008년부터 5년간 해외 취업자가 1만3788명에 그친 걸 감안하면 야심적인 목표다.

 해외취업 확대의 최대 걸림돌은 창업과 마찬가지로 취업비자 확보다. 나라마다 취업비자 문턱을 높여 자국 일자리 지키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두산찝따나 레젤 같은 우량 기업은 회사 보증으로 취업비자를 쉽게 받을 수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장병현 인도네시아 EPS센터장은 “해외 창업도 정보기술(IT) 일변도에서 한국인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모든 산업 분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워싱턴·새너제이·베이징·상하이·도쿄·자카르타=정재홍·최준호·신경진·서유진·정원엽·하선영 기자, 베이징·뉴욕·워싱턴=예영준·이상렬·채병건 특파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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