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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업 사기 많아 성공의 기록도 좋지만 ‘실패 백서’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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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해외 취업을 결심했다면 국가와 직종 간 ‘궁합’을 먼저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품질관리자·웨딩플래너·산후조리사·패션 디자이너 등의 인재를 필요로 한다. 포토샵 편집 등 컴퓨터 사용이 능숙한 인력도 선호한다. 호주·뉴질랜드의 경우는 미용사 등 서비스업 종사자가 적어 해당 수요가 높다. 직종 결정도 신중해야 한다. 취업 성공까지 2~3년은 각오해야 할 수도 있는 해외 취업은 업무·부서 전환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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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마다 채용 제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맞춤형 준비는 필수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 기업들은 대학생 인턴 제도가 거의 없다. 따라서 한국처럼 2~3개월짜리 인턴만 거듭하며 취업 준비를 하다간 낭패 볼 수 있다. 3학년 초부터 취업을 준비해 졸업 1년 전까지 승부를 보는 게 낫다. 경력직 채용문이 좁은 데다 나이가 많다 싶으면 고용을 꺼리는 일본 기업 특성 때문이다.

 해외 취업 시에는 비자 문제가 가장 신경 쓰이기 마련이다. 어느 국가나 관광비자 취업은 불법이다. 문제는 중국 취업의 경우 대학 졸업 후 근무 경력 2년이 있어야 취업 비자가 나온다는 점이다. 중국 취업을 원하는 대학생이 넘어야 할 최대의 벽이다. 중국 유학생들은 이 제도 탓에 현지에서 취업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상하이 티커피 직원인 곽정진(29)씨도 취업 비자로 적잖이 고생했다. 2012년 이후 몇 차례 전 직장의 중국인 사장에게 속았다. 중국인 사장이 매장 매니저 자리를 주겠다며 취업 비자는 해결됐다고 말해 중국에 갔다가 비자 문제로 공항에서 붙잡혀 1만 위안(약 180만원)의 벌금을 낸 적도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 들여온 커피 원재료를 중국에 공급하면서 중국에 커피 문화를 알리는 티커피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취업 사기 등 악조건도 많다”며 “해외 취업 실패 사례를 정리한 백서를 만들어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취업준비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윤(26)씨는 중국 명문대 칭화대를 졸업했지만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국이 자국 출신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만든 취업비자의 벽 때문이었다. 대신 한국 강소기업의 중국 지사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8월 임플란트 분야 아시아 1위, 세계 5위인 오스템 임플란트 중국지사에 입사했다.

 급여 조건·수당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 기업은 신입사원 월급이 20만~23만 엔(약 182만~210만원) 선이다. 대신 회사가 이사비용·주택보조금·교통비 등을 지원한다. 정대훈(30) 일본 IHI중공업 사원은 “월세가 6만~8만 엔 수준의 숙소지만 회사에서 직원 사택으로 운영하는지라 실제 지불하는 비용은 월 9800엔”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상사가 야근을 해서 마지못해 함께 하는 잔업(付き合い殘業)을 막기 위해 야근 수당을 5~30분 단위로 챙겨주는 회사도 있다. 중국은 2년 이상 된 직원에게 월 1만2000~1만5000위안을 준다.

 현지 사정은 현지 한국인 선배들이 가장 잘 안다. 중국의 경우 KIC(Korea In China)라는 한국인 직장인 실무자 모임이 취업 멘토링과 직무 컨설팅 등을 재능 기부한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월드잡(worldjob.or.kr), KOTRA 해외취업 사이트(cafe.naver.com/kotrajobinfo)도 유용하다.

특별취재팀=워싱턴·새너제이·베이징·상하이·도쿄·자카르타=정재홍·최준호·신경진·서유진·정원엽·하선영 기자, 베이징·뉴욕·워싱턴=예영준·이상렬·채병건 특파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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