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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두뇌들 첨단기술개발 대열에|산학협동에 열올리는 영국대학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영국 각 대학의 과학두뇌들이 더이상 상아탑 속에만 안주하지 않고 너도나도 산업과 대학을 연결하면서 신기술개발에 뛰어들고있다.
이들은 큰 기업의 프로젝트를 맡아 연구 개발하거나 교수 및 연구생 몇 사람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조그만 회사를 설립, 운영하고도 있다. 좀더 흔한 것은 대학이 직접 기술개발 회사를 세워 연구 및 기업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몇년사이 급속히 번져 영국내 45개 종합대학에서 거의 예외 없이 볼 수 있게 됐다.
이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곳은 과학공단을 조성, 첨단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케임브리지대학.
최근 옥스퍼드대학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고 있고 애버딘대학을 비롯,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산학협동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국의 대학들이 전통을 깨고 직접 일선 산업활동에 참여, 신기술개발에 앞장서게 된데는 몇 가지 배경적 요인이 있다.
첫째는 정부의 대학지원 자금규모가 대폭 삭감된데 대한대응책이다.
재정난과 사회복지지출의 축소정책에 따라 종래 정부가 대학운영을 위해 지원해주던 각종 자금중 연간 약1억파운드(1천억원) 정도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의 연구·조사예산이 축소돼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 산업과의 제휴 내지 직접적인 참여로 나서게 된 것이다.
현재 큰 기업에서 대학의 연구실로 공급하는 기술개발자금은 모두 5천여만파운드로 추산되고 있다.
둘째는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첨단과학기술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산업계의 필요성이다. 영국의 대학이나 산업계는 18세기 산업혁명을 일으킨 본고장이란 자부심이 요즘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산업기술면에서 미국·일본한테 뒤지고있고 이제는 신생공업국의 추격을 받고있다는 사실, 예컨대 작년부터 공업제품의 수입이 수출을 앞지르고 있음에 충격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기업은 대학의 연구실에 눈을 돌려 투자하고 대학의 두뇌들도 이에 적극 호응, 신기술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케임브리지현상」으로 각광받고있는 케임브리지대학지역은 과학공원내의 50여개를 비롯, 이 일대에 3백30개 업체가 입주, 대학의 두뇌협조를 받고있다.
케임브리지와 더불어 영국최고의 인재가 모이는 옥스퍼드대학은 대학산업협력처라는 기구를 신설하고 일선산업과의 협동체제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대학주변 공업단지에 옥스퍼드대학의 이공계 교수 및 연구생을 중심으로 소규모 기술개발회사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중엔 감각유도 로봇을 개발생산하는 회사(메타), 광전지 실리콘의 생산방법을 혁신한 회사 (크리스탈록스)등 수십개의 소기업이 간판을 달았다.
아직은 케임브리지엔 미치지 못하지만 우수한 두뇌집단으로 해서 옥스퍼드가 조만간 신기술개발의 중요한 산실이 될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역시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스코틀랜드의 애버딘 대학은 애버딘 대학 연구산업서비스(AURIS) 라는 법인을 설립, 산하에 유전공학분야등 9개의 첨단기술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AURIS는 에소·영국석유(BP)등 세계 최대기업의 주식에도 투자할 만큼 비즈니스에 열심이다.
에딘버러·맨체스터및 요크대학도 연구개발회사를 따로설립, 자체 과학두뇌를 활용해서 컴퓨터·레이저광선·약품·로보트등 새로운·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영국내 다른 대학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첨단기술개발을 겨냥한 산학협동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국대학의 이러한 견학협동은 첨단기술개발을 둘러싼 국제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런던=이제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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