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 이름도 ‘한경희’”…유명업체 이름 쓴 청소회사 대표에 8000만원 배상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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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사 청소, 입주 청소 등 청소대행업체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2012년 6월 ‘한경희청소’라는 상호로 개인사업자등록을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사이트 검색광고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1월 스팀청소기업체 ‘한경희생활과학’측으로부터 부정경쟁방지법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한경희생활과학 측은 A씨가 의도적으로 ‘한경희’라는 명칭이 들어간 상호 및 표장을 사용, 자사의 명성을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했다. 또 법원에 ‘한경희청소’ 표장 사용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받아들여지자 곧이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한경희’는 자신의 어머니가 2002년 일용직 청소를 시작하면서 쓰던 가명이라고 맞섰다. A씨 어머니의 실제 성(姓)은 권씨였다. 이어 “2004년 ‘한경희청소’라는 상호로 청소업을 운영한 적이 있고, 어머니를 도와 청소대행업체를 운영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경희생활과학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부장 김기영)은 30일 한경희생활과학이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경희청소’표장 사용 금지와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한경희씨가 1999년 설립했고 2003년‘한경희 스팀청소기’를 만들며 유명해졌다. 2005년엔 누적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고 2006년 상호를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재판부는 “적어도 2005년경 이후부터는 ‘한경희’라는 영업표지가 청소 분야에서 널리 인식돼 왔다”며 “A씨가 2012년 6월부터 ‘한경희청소’라는 표장을 사용한 것은 한경희생활과학의 명성에 편승하려는 부정경쟁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A씨의 어머니가 어려운 한자를 조합해 아무 관련 없는 ‘한경희’라는 이름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제시했다.

재판부는 “청소도구 제조·판매업과 청소대행업은 대체 가능한 경합관계로 수요자도 상당 부분 중첩된다”며 “A씨의 행위로 한경희생활과학에 손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경희’라는 이름의 저명성, 상호 사용 기간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8000만원으로 결정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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