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조] 수평선 - 손증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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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45자의 미학, 단시조 다시 뜬다’는 중앙일보 기사 제목이 말해주듯, 요즘 단수시조에 시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출판사에서 단시조집 시리즈를 기획하고 문학단체에서는 한 해 동안 발표된 단수시조 중에서 최우수작을 뽑는 ‘올해의 단수시조대상’을 신설했다. 바야흐로 시조의 기본형인 단수시조가 만발하는 시조의 봄날이 도래한 것이다.

 단수시조의 창작은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다. 짧을수록 어렵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듯 좋은 단수시조 창작은 신기의 언어 감각과 탁마의 고뇌를 요구한다. 좋은 단수시조를 창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조 3장의 미학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현상적 사실로부터 종장의 첫 음보를 전환점으로 보편적 서정을 우려내는 미학원리이다. 이는 선경후정(先景後情) 원리와도 닿아 있고 표층구조에서 지각되는 시각 기호를 통해 심층의 핵심가치를 도출하는 그레마스의 의미생성모델과도 상통한다. 이러한 미학원리를 터득할 때 단수시조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다. 손증호의 수평선은 그런 단수시조의 미학원리에 충실한 수작이다. 시조 형식으로 인한 시적 효과가 그만큼 돋보인다. 수평선이 지닌 굳게 다문 입술의 이미지는 강렬하다. 같은 시상으로 자유시로 창작되었을 경우 과연 이만큼의 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시조 형식으로 인해 시가 더욱 빛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시조를 쓰는 시인들의 책무요, 기쁨이다.

권갑하 시조시인

◆응모안내= 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달 말 발표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중앙시조백일장 연말 장원전 응모 자격을 줍니다.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00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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