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과 붓을 버렸다. 대신 손을 뻗었다. 물감이 잔뜩 묻은 손으로 ‘빛을 빚었’다. 중견 화가 도윤희(54) 얘기다. 1985년 첫 개인전 이후 30년이 되는 올해 개최되는 16번째 개인전은 그동안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회화에만 천착해온 작가의 내공이 온통 손으로 쏠렸음을 느끼게 한다. “손을 쓸 때 훨씬 더 정확하게 표현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감을 두껍고 얇게, 묽고 되게, 빠르게 느리게, 모두 손으로 느끼면서 그리니까 붓으로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어요. 내가 본 이미지를 그대로 손이 찍어냈다 할까.”
도윤희 개인전 ‘Night Blossom’ 6월 12일~7월 12일 서울 삼청로 갤러리현대, 문의 02-2287-3500
그의 캔버스에 정형화된 색은 없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색은 ‘비 오는 날의 강물’ 인가하면 ‘오래된 창문의 먼지’이고 ‘햇빛이 쨍하게 비치는 날 투명해진 피부’인가하면 ‘추운 겨울날의 쇠붙이’이기도 하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갤러리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