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뇨인 사이클선수단 ‘ 팀 노보노디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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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크리스 윌리엄스 右제임스 글래스풀

당뇨병 환자들로 구성된 ‘팀 노보노디스크(Team Novo Nordisk)’. 이들의 주종목은 일반인도 하기 힘든 사이클 경기다. 보통 당뇨병 환자는 격렬한 운동을 삼간다. 근육에 무리가 가고, 혈당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에겐 조깅, 맨손체조, 계단 오르기 등 가벼운 전신운동을 권한다.

팀 노보노디스크는 이런 당뇨인의 운동상식을 깼다. 평소 꾸준한 운동과 혈당 관리 덕분에 격렬한 운동경기를 무리 없이 소화한다. 글로벌 스포츠팀인 노보노디스크 소속 사이클 선수 6명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이달 7일부터 14일까지 열린 국제도로사이클대회 ‘투르 드 코리아 2015’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들 중 크리스 윌리엄스(34·호주) 선수와 제임스 글래스풀(24·호주) 선수를 만나 당뇨인의 운동 관리에 대해 물었다.

팀 노보노디스크 선수들이 한국에서 열린 ‘투르 드 코리아 2015’에 참가해 경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 지 하킨·펠로톤 이미지 아시아]

윌리엄스 선수는 선수생활을 하던 2009년 제1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프로선수 경력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한 당뇨 관리로 선수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팀 선수들과 함께 부산에서 시작해 구미→무주→여수→강진→군산→대전→서울까지 1249㎞에 이르는 길을 질주했다. 그는 “경기 중엔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 소모가 엄청나다”며 “달리는 틈틈이 당 수치를 확인해 혈당 변동에 따라 간식을 먹거나 인슐린을 투약한다”고 설명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당뇨 관리는 계속된다. 선수생활을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해서다. 윌리엄스 선수는 “평소 선수들은 팀 내 장·단거리 역할에 따라 각자 다른 운동을 하며 체력을 키운다. 특히 운동과 휴식의 균형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고루 갖춘 균형식을 하고, 대사 균형을 망가뜨리는 스트레스에 유의한다”고 덧붙였다.

글래스풀 선수는 “당뇨 환자는 때때로 우울과 좌절감에 시달린다”며 “당뇨병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질병이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특히 운동선수는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는 시합 때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다. 그는 “심지어 경기가 끝난 직후까지 스트레스가 이어져 영양을 과다섭취하기 십상”이라며 “당 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먹는 것에 주의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팀 노보노디스크 선수단의 경기복에는 ‘Changing Diabetes(당뇨병에 대한 인식 바꾸기)’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당뇨병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과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글래스풀 선수는 “팀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모든 당뇨인을 격려하고, 교육하고, 용기를 주는 것”이라며 “좋은 본보기가 되고자 스스로 질환을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팀 노보노디스크의 한국대회 출전은 당뇨로 고통 받는 국내 환자에게 큰 격려가 됐다. 그는 “당뇨가 인생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이 당뇨를 지배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며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면 당뇨병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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