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금과 국민의 반응|고오길 정치부 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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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의원들도 12대 국회부터연금혜택대상에 포함시키기로한데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거부반응이 더 큰것같다.
이러한 부정적 분위기는 원칙문제 보다는 그동안 의원들이할일을 제대로하고 자기머리를깎느냐는 차원에서 조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부담은 한푼도 깎아주지못한 의원들이 회기말에 제밥을챙기느라 의원입법으로 처리하니 모양이 흉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처리과정이 다소 볼썽 사납게는 됐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회의원도 연금수혜대상이 되는게 자연스럽다. 같은 정무직 공무원인 장·차관은 물론 대법원장·국무총리까지 연금대상자이면서 유독 국회의원만 제외된 현행 연금법은 법의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없지 않았다.
세계27개국에 대한 국회의 실태조사결과 10대8로 의원연금제 실시쪽이 많다.
이같은 추세로 미루어보아 의원연금제의 실시는 장기적으로불가피하다. 다만 그 시기와 방법이 문제인 것같다.
의원입법으로 이를 서둘러 실시하기전에 의원연금제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국민적공감을 얻는 노력이 부족했다. 절차상으로도 의원입법보다는 공무원연금을 관리하는 행정부를설득해 개정안을 내도록 했더라면 훨씬 보기가 좋았을 것이다.
또 국회가 독자적인 의원연금법을 만들어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지 않고 기존의 공무원연금에 포함시켜 일반 공무원들의 반발을 사는것도 문제다.
공무원연금기금이 이미 1조3천억원에 이르러 불과 3백명도 못되는 의원이 새로「군식구」로 붙는다해도 당장 펑크가 날 우려는 없지만 이제까지 수십년간 기여금을 부어온 공무원 입장에서는 뭔가 자기네것을 빼앗기는듯한 기분이들기 십상이다.
더구나 행정부나 군의 낮은직급에 있던 사람이 차관급의의원으로 뛰어오른 경우 기여에비해 혜택의 폭이 훨씬 커져 기금에서 잠식하는 액수가상당히 커지게된다.
국회는 특히 현재「차관급」으로 되어있는 의원의 직급을격상시키기위한 전단계로 차관급이란 법규정을 없애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선 그 폭이 더 커질지도 모른다.
연금대상이 되는 공무원들은경직을 하지않고 공무원의 직무에 전념하는 사람들인데 제5공화국들어서는 의원직 겸직이 허용되는 만큼 과연 의원에게도 연금혜택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제기될 소지도있다.
따라서 실시시기와 기금조성문제등은 좀더 신중한 사전검토가 이뤄져야 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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