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278명 중 찬성 156 … 여당 투표의원수와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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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8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국회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새누리당 156명, 새정치민주연합 119명, 무소속 3명(정의화 국회의장, 천정배·유승우 의원)이었다. 공교롭게 찬성 숫자가 새누리당 투표의원수와 같았다. 반대표는 새정치연합 투표 의원보다 1명 많았다. 새정치연합은 소속 의원 전원이 반대표를 던지고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가세한 것으로 봤다. 그러다 보니 “여야 가릴 것 없이 이탈표가 거의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표결 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당론으로 한 건 아니었지만 전원이 찬성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뒤 “야당은 ‘당론 반대’ 비슷하게 하셔서 좀 아쉽다”면서도 “아무튼 통과는 잘됐다”고 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본회의에 들어가기 전 소집한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찬성투표를 정하진 않았다. 그래서 지난 2월 이완구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때처럼 이탈표(당시 최소 4표)가 나올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이종훈 원내대변인은 “(이탈표가 안 나온) 표결 결과를 보고 야당이 더 놀라더라”며 “의원들 모두 지금이 상당한 위기라는 걸 깨닫고 표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이 전원 찬성해 다행”이라며 “이왕 될 거 (야당이) 좀 도와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본회의 표결 전 열린 의총에서 표결 참여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지도부는 ‘표결 참여’를 원했지만 “불참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인사청문 특위에서 활동했던 박범계·은수미 의원과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목희 의원 등이 ‘보이콧’을 주장했다. 결국 이종걸 원내대표가 “여야가 합의한 대로 인준안을 (표결)처리한다. 가급적 모든 의원이 참여해 반대투표로 우리의 의사를 표현해 달라”고 제안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우리 당도 형식적으론 자율투표”라며 “하지만 사실상 반대한다는 당 차원의 입장이 정해진 자율투표”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표결하는 동안 나란히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의견을 나눴다. 당내 계파갈등으로 이탈표가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표 결과가 나오고 나선 안도했다. 본회의 직후 문 대표는 “저희로선 굉장히 아쉬운 결과”라면서도 미소를 띠었다.

 이 원내대표는 “불통 정권의 상징처럼 보이는 후보자가 총리가 됐는데 그런 모습이 국정에 얼마나 큰 방해가 될지, 얼마나 큰 재앙이 될지 두고 보겠다”고 했다.

 이가영·강태화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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