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발열 증상 뒤 투석실 이용 … 강동경희대병원 신장질환 111명 격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메르스 확진자가 열흘 이상 서울시내 대형 종합병원의 투석실을 이용한 사실이 드러나 추가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신장 질환자가 이용하는 투석실은 병상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치료시간이 통상 네 시간 정도 된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65번 환자(79)가 지난 6일부터 16일까지 강동경희대병원 지하 1층 투석실을 이용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환자는 지난 5일 이 병원 응급실에서 76번 환자(75·여·사망)와 접촉해 감염된 뒤 9일 발열 등의 증상을 보였으며, 16일 검사를 받기 전까지 투석실을 여러 차례 이용했다. 이에 따라 대책본부는 이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111명을 자가격리시켰다. 서울시도 이들의 상태를 고려해 병원 격리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메르스는 폐와 신장을 공격하는 특성이 있어 신장 질환자에겐 치명적이다. 구자룡 동탄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투석실 이용자들은 면역 기능이 저하된 데다 신장 기능이 거의 소실된 상태여서 위험하다”고 말했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병원 감염이 투석실 중심으로 확산됐고, 사망자가 대규모로 발생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선 방사선사(33·162번 환자)와 간호사(35·여·164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병원 내부에서 발생한 4차 감염자다. 162번 환자는 지난 11~12일 확진환자 네 명의 X선 사진을 촬영하던 도중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그는 환자가 내뱉는 기침을 정면에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64번 환자도 10~12일 75번과 80번 환자를 진료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정확한 감염 이유는 조사 중이지만 이들이 보호장비 1~2개를 착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이들이 감염된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야 D등급 장비(보호복·고글·마스크·장갑·덧신)를 지급했다.

 이날 충남 아산충무병원도 코호트 격리(병동을 격리해 내·외부인의 출입을 막음)됐다. 간호사(53·여·163번 환자) 한 명이 메르스 확진을 받고, 다른 간호사 10명도 의심 반응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정종훈·장혁진 기자 sake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