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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가수에 축복 같았던 ‘타타타’… 내 삶도 긍정으로 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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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국환씨는 아버지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노래 ‘아버지’를 부르기도 했다. 그는 “목소리도, 건강한 체력도 모두 아버지께 물려받았다”며 “가장 고맙고 그리운 분”이라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작가 김수현씨가 집필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는 평균 59.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여전히 역대 평균 시청률 1위 드라마로 기록되고 있다. 극중 주인공 대발이 아버지역의 이순재씨가 아내 역의 김혜자씨를 구박하는 모습. [중앙포토]

1992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한 장면. 남편 이순재에게 구박당한 김혜자가 신세 한탄을 하며 홀로 노래를 듣는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이 맺힌듯한 웃음소리로 끝나는 구슬픈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가수 김국환(67)의 ‘타타타’다. 드라마에 딱 두 번 등장한 노래는 그 해 가요계를 강타했다. 남녀노소 불문, 타타타를 불렀다. 덩달아 무명에 가까웠던 김국환은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타타타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 준 노래”라고 했다.

 그는 타타타를 처음 받은 순간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김씨는 “작곡가 김희갑 선생님이 곡을 주셨는데 가사와 멜로디가 딱 내 처지 같았다”며 “노랫말이 가슴 속에 박혔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원래 타타타는 조용필을 위한 노래였다. 그런데 마지막에 호탕하게 웃는 부분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그의 앨범에서 빠졌고, 조용필과 목소리가 비슷한 위일청을 거쳐 김국환의 목소리로 다시 녹음됐다. 그는 “1991년 앨범이 발매되고 노래 홍보를 위해 매일 라디오 방송국에 출근했었다”며 “1년 가까이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 사랑이 뭐길래를 쓴 김수현 작가님이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온 노래를 듣고 드라마에 삽입하게 됐다는 얘기를 훗날 들었다”고 했다. 노래 한 곡으로 그의 오랜 무명 생활은 종지부를 찍었다. 출연 요청이 쇄도했고 출연료도 10배나 뛰었다. 그는 “타타타는 산스크리트어로 ‘그래 그거야’라는 긍정의 의미”라며 “내 인생도 긍정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타타타’가 최고의 인기를 누린 1992년 당시 김국환씨의 모습. 김씨는 그해 서울가요대상 본상
을 수상했 다. [중앙포토]

 그의 무명 시절은 길었다. 충남 대천 출신인 그는 가수의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해 1969년 김희갑 악단의 싱어로 데뷔했다. 77년 라디오 드라마의 주제가 ‘꽃순이를 아시나요’를 부르며 이름을 알렸지만 얼굴 없는 가수였다. 그는 “키도 작고 못생겼다며 주변에서 밴드 싱어를 바꾸라고 했지만 김희갑 선생님이 막아줬었다”며 “이름이 조금 알려지면서 자만했다. 악단을 떠났고 긴 어둠의 무명 생활이 시작됐다”고 했다. 그러다 10여 년 후 김희갑씨와 재회해 운명 같은 타타타를 만났다. 그는 목이 터져라 노래했다. 날마다 피나는 연습 속에 살았다. 하지만 불운은 계속됐다. 그는 “타타타 앨범 발매 직전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며 “음악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께 타타타를 못 들려드린 게 아직도 한이 된다”며 “그래서 신곡을 낼 때마다 아버지가 계신 공원묘지를 찾아 노래를 들려드린다. 검사를 받는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타타타로 뜨기 전, 만화 주제가를 부르기도 했다. ‘은하철도 999’ ‘축구 왕 슛돌이’ ‘미래소년 코난’ 등 인기 만화주제가를 부른 게 그다.

 그의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꾸준히 앨범을 내고 1년에 한 번 팬들과 함께하는 디너쇼도 빼먹지 않는다.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인 아들의 노래를 듣는 것도 요즘 느끼는 기쁨이라고 했다. 그는 “내 젊은 시절 고생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아들이 노래하는 것에 반대했다”며 “그래도 묵묵히 뚝심 있게 연습하는 아들의 노래가 좋다. 힘들겠지만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는 멋도 없는 시골 촌놈이에요. 그래도 순댓국 같은 뚝배기 맛이 나는 김국환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글=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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