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합창단 유엔본부서 공연’ 3년 만에 꿈 이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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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합창 무대를 펼치는 청춘합창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권대욱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사장이 ‘의종관 앰배서더 박물관’ 정원에서 가곡을 연습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꿈은 이루어진다. 단 그 행운은 꿈을 꾸는 사람에게만 찾아온다. 이런 당연한 진리를 온몸으로 보여준 사람이 있다. 어르신으로 구성된 합창단을 이끌고 유엔본부에서 노래를 부르겠다던 꿈이 곧 현실이 된다. 청춘합창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권대욱(64)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사장 얘기다. 그는 3년 전부터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네크워크를 활용해 유엔의 문을 두드리고, SNS를 통해 재능을 기부해 줄 인재를 모으고, 이렇게 만든 자료를 들고 기업을 설득해 3억원이라는 경비를 마련했다. 그리고 오는 15일 각국의 외교관이 지켜보는 뉴욕 유엔 본부 무대에서 44명의 합창단원과 함께 ‘그리운 금강산’ ‘아리랑’ 등 12곡을 부른다.

 2011년 KBS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청춘합창단’을 보면서 그는 잊혀졌던 자신의 꿈과 삶에 대해 생각했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상장 건설회사의 최연소 사장으로 승승장구했지만 휴가 한번 가지 못하고 일만 하던 생활이 떠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부도로 모든 것을 잃고 ‘명함이 없는 사람’이 되어 3년간 강원도 산 속에 칩거하며 ‘일’이 아닌 ‘삶’을 고민하던 시절도 스쳐 지나갔다.

 호텔그룹인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의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재기에 성공했지만 돌이켜 보니 정작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못하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사는데 나중에 여든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자 주변의 만류는 장애가 아닌 극복할 과제일 뿐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렇게 합창단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오디션에 합격했다. 방송이 종료된 이후에도 그는 청춘합창단 활동을 이어가며 팀을 이끌어왔다.

 그러면서 그는 평소에 관심이 많던 통일 문제를 합창과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 “윗세대는 통일에 대한 염원은 간절하지만 이를 위해 활동할 힘이 약하고, 아랫세대는 힘은 있지만 통일에 대한 관념이 부족합니다. 우리 세대만이 두 세대간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령의 어르신들이 유엔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합창을 하면 아랫세대에게도 통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실제 유엔 공연이 성사되기까지 다양한 세대의 힘이 모였다. 노래하는 이들은 평균 나이 65세의 어르신이지만 청년들이 디자인·홍보·여행 분야에 재능을 기부하고 나섰다. 모금액 3억원 중의 7000만원은 소셜펀딩을 통해 마련됐다. 평소 그가 페이스북 서당이나 강연을 통해 청년에게 멘토 역할을 자처하며 인맥을 넓힌 덕분이었다. 그는 강의에서 늘 “선한 의지와 호연지기, 역사의식이라는 세 개의 기둥을 굳건히 세워나가라. 이 세 가지는 나 자신에게도 여전한 지표”라고 말하곤 한다.

 목표달성을 코앞에 둔 지금의 심경은 어떨까. 그는 의외로 담담하게 답했다. “이미 이룬 것은 더 이상 꿈이 될 수 없죠. 이미 다음 꿈을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의 다음 꿈은 시군 단위로 시니어 합창단을 조직해 합창의 즐거움을 널리 전파하는 일이다. 끝으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동안은 눈이 반짝하고 가슴이 뜁니다. 꿈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무엇이 두렵습니까.”

글=김경진 기자 kjink@joongag.co.kr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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