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 찍혀도 "강건너 불구경"만…|86·88앞둔 경기단체 주먹구구외교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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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체육계의 국제관계 업무능력강화가 작년이래 체육부의 주요시책으로서 강조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경기단체는 안이한 인습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인해 국제스포츠무대에서 한국의 지위향상에 기여할수 있는 계기를 스스로 놓쳐 버리거나 심지어 86·88대회에 불리한 영향을 끼치는 국제스포츠계의 움직임을 방관하는 사례가 올해 들어서도 꼬리를 물었다.
각 경기단체의 이러한 실수가 지속되는 것은 체육부나 대한체육회가 적극적인 사전감독, 혹은 지도를 게을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따라 체육회의 한 고위임원은 16일 앞으로 각 경기단체로부터 국제경기연맹을 비롯한 외국단체와의 업무연락상황 등 국제관계 동향을 매주 보고토록하여 효과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지도·감독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 경기단체에는 작년 체육부의 시달에 따라 국제담당임원을 강화했으나 대부분의 국제담당 부회장 혹은 이사가 회장측근의 비경기인이어서 외국어 구사능력만 뛰어날뿐 스포츠영역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데다 열성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탄력있는 대응을 하지 못하는 요인의 하나로 풀이되고 있다.
일부 경기단체의 올해 국제관계 실책을 살펴보면-

<배구>
86아시안게임과 그해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의 일정이 중복되는 것을 수수방관, 서울아시안게임에 아시아의 강호인 중공과 일본이 2진을 파견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다.
86년 세계배구선수권대회기간은 지난 4월 국제배구연맹집행위원회의(로마)에서 86아시안게임(9월20일∼10월5일)과 같은 기간인 9월22일∼10월5일(남자·프랑스) 및 9월1일∼15일(여자·체코)로 결정됐으나 배구협회는 국제이사가 이 회의에 참석하고도 이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지난 9월 멕시코에서 다시 집행위원회의가 열렸을때도 일정을 조정하지 못했다.
86년 세계배구선수권대회는 88서울올림픽의 출전권을 다투는 주요 이벤트이므로 중공과 일본은 서울아시안게임을 제쳐놓고 대표1진을 이 대회에 파견할 공산이 크다.
배구협회는 또 지난 10월의 제1회 서울국제배구대회에 중공·쿠바를 초청하겠다고 발표만 했을뿐 실제로 출전을 실현시키려는 적극적인 외교를 펴지 못했으며 쿠바의 경우 일본에까지 원정왔는데도 초청장을 전달하지도 않았다.

<축구>
내년의 제1회 세계주니어(16세이하) 축구선수권대회(중공)의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이 부당하게 한국을 이라크·카타르·바레인 등과 함께 중동지역 조에 편성했는데도 이의를 제기할 줄도 몰랐고 결국 지난 9월 카타르와 이라크에 패해 예선탈락, 최초의 축구 중공상륙기회를 놓쳤다.
AFC는 중동국가인 쿠웨이트를 동남아지역조에 편성, 결국 한국은 중동세에 희생이 된 셈이다.

<수영>
국제 수영연맹이 LA올림픽에 다이빙국제심판의 파견을 요청해 왔으나 초청장을 묵살.

<양궁>
세계정상급의 선수속출로 사실상의 세계기록이 국내공식대회에서 양산되고 있으나 국제연맹에 영향력을 행사못해 아직까지 단 1개의 공인도 못받고 있다. 국제심판도 지난 10일에야 비로소 3명이 자격을 획득.

<육상>
잠실올림픽스타디움 개장기념행사인 국제육상대회를 개최하면서 해외유명선수의 초청교섭을 미국스포츠용품메이커에만 매달리다 결국 국제 1급선수 전무의 빈약한 대회로 전락시켰다.

<배드민턴>
한국의 경기력이 남여 모두 세계 4강권까지 도약, 「크레이그·리드」 국제연맹회장의 적극지원 다짐에도 협회의 성의부족으로 국제대회창설을 외면하고 있으며 88올림픽의 시범종목채택문제도 강건너 불보듯 팔짱만 끼고있다.

<테니스>
서울국제 주니어테니스 선수권대회를 창설, 지난 9월l7일부터 22일까지 개최했으나 대회개최를 확정한 것이 약20일전이어서 각국의 초청교섭에 갈팡질팡, 9월5일의 2차 엔트리마감일까지 단 2개국밖에 참가신청을 안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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