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메르스 걸려도 치료약 많아 … 태아 감염 확률 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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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임신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임신 기간 동안 약물 치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치료가 충분히 가능하며 태아에게도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해당 여성은 지난달 산통이 있어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27일 응급실로 내려갔다. 급체로 병원에 온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응급실에는 14번 메르스 확진자(35)로 이후에 밝혀진 응급 환자가 있었다. 이 여성의 부모는 최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근육통 증상을 느낀 해당 여성은 8일 이를 병원에 알려 메르스 감염 검사를 받았다.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아직 최종 결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임신부를 메르스 감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면역력이 약해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호흡기질환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부 역시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쓰는 등 안전 수칙을 지키면 감염될 위험은 일반인처럼 크게 줄어든다.

 일단 임신부가 메르스에 감염됐다고 해도 태아가 반드시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메르스는 혈액 감염이 아니어서 폐나 신장에 모여 있는 바이러스가 직접 자궁으로 이동해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이번 임신부처럼 출산이 임박한 경우 상태가 안정적이라 태아 감염이나 기형 등의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정용욱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엄마가 호흡기질환에 걸렸다고 해서 태아에 기형이 생기지는 않는다. 메르스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들의 치료에 쓰는 항바이러스제나 항생제 사용도 거부할 필요는 없다. 홍순철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병원에서 지정해주는 약품을 정량으로 사용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임신 초기에도 5~10주 정도면 안전한 항생제를 쓰면 되고 소염진통제도 아기한테 안전한 약재를 진통 목적으로 사용하면 된다. 항바이러스제는 임신 초기엔 주의 깊게 써야 하지만 산모가 위험할 정도라면 당연히 투약해야 한다. 부작용 확률이 높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출산 과정에서 산모의 체액 등을 통해 태아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환자가 출산하게 되면 산부인과와 마취과, 감염내과에서 긴밀히 협력하게 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감염된 임신부가 고열이나 호흡곤란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제왕절개 마취를 하면 폐나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다.

글=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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