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트렌드, 게임 안에 다 있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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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 2015’. 게임존에 마련된 한 부스에선 참가자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쓰고 게임용 총을 든 채 소형 러닝머신 위에서 발을 구르고 있었다. 참가자의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은 폭탄과 총알이 난무하는 도시 속 전장이다. 바닥은 깨진 아스팔트와 파편으로 어지럽고, 총알을 피해 달아나는 사람이 옆을 스쳐 지나간다. 머리로는 VR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사실감이 뛰어나다 보니 헤드셋의 화면이 현실처럼 느껴진다. 이 VR게임을 만든 버툭스의 관계자는 “특수 제작한 러닝머신 위에서는 몸을 돌리고 달리는 등의 모든 동작을 할 수 있다”며 “1시간 게임을 하면 약 5㎞을 걷는 효과를 낸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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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기술(IT)이 발전할수록 게임의 무한진화는 계속된다. TV 기반의 ‘콘솔’에서 최근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까지 디지털 게임에는 그 당시를 선도하는 최신 IT기술이 녹아있다.

 4일 IT업계에 따르면 현대적인 디지털 게임의 시초는 1962년 등장한 ‘스페이스워’라는 슈팅게임이다.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면서 탄생할 수 있었다. 이후 70~80년대 TV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콘솔게임이 인기를 끌었다. TV에 연결, 팩을 바꿔 끼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아타리’‘패미컴’ 등이 대표적이다. 80년대 중반부터는 컴퓨터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PC기반 게임이 대중화됐다. 모니터·키보드·마우스 등의 주변기기를 활용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인터넷의 보급으로 PC게임은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혔고, 2000년대 후반에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모바일게임에 사용자가 몰리고 있다.

 게임서비스 기업 IMI의 진상호 홍보파트장은 “전파기술이 탄생시킨 라디오·TV가 관련 기술을 더욱 발전시켰듯이, 디지털 게임도 최신 IT기술을 반영하면서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며 “더 실감나는 게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IT기술과 게임의 접목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에는 3D프린터나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인디고고’는 사용자가 직접 3D프린트로 자신만의 독특한 자동차 모형을 만들고,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를 직접 조작할 수 있는 게임 ‘3D 레이서’를 소개했다. 최근 저가형 3D프린트 가격이 1000달러 정도로 내려갔고, 싼값에 재료를 구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국내 벤처기업 소소H&C는 뇌파측정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두뇌 활성화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게임과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VR도 게임이 놓칠 수 없는 분야다. PC·스마트폰이 단순히 화면을 보여주는 수준이라면, 가상현실은 VR헤드셋을 통해 입체적인 가상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게임사는 여성의 신체를 사실감 있게 묘사한 성인용 VR게임을 개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컸지만 해당 업체는 “외로운 남성들을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비단 디지털 게임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도 디지털 시대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마텔이 선보인 ‘앱티비티’는 아이패드를 함께 사용한다. 센서가 달린 미니카를 움직이면 스크린 위에서 경주용 게임을 즐기고, 배트맨 장남감을 스크린 위에서 움직여 총을 쏘거나 자동차를 타고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디지털 카메라가 장착된 바비인형은 허리띠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촬영된 사진은 바비인형이 입은 티셔츠의 앞 부분에 이미지로 나타난다.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류철균(소설가, 필명 이인화) 교수는 “이른바 7080세대에게 포크송이 있다면 70~80년대생들에게는 게임이 청춘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며 “게임은 IT기술에 사회·문화상을 투영하는 또 다른 디지털 기술”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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