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은 영웅을 기억한다” … 1차 대전 용사 2명 명예훈장 추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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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제1차 세계대전 참전병 윌리엄 셔민의 명예훈장을 두 딸에게 전달하고 있다. [워싱턴 AP=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2명에게 미국 최고의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추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이라크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이슬람국가(IS)와도 지상전을 피하며 전쟁에 소극적인 햄릿 노선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97년 전인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목숨을 걸고 전우를 살려낸 참전용사들을 “영웅”으로 선언하는 데는 주저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백악관 이스트룸 연단에 선 오바마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우리나라는 영웅을 기억한다”며 “미국은 두 분과 같은 영웅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라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일은 두 분의 공로를 기억하고 영원히 감사하는 것, 그리고 이들 영웅의 이야기를 확실하게 후세에게 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두 사람의 공적을 설명했다. 1918년 5월 15일 육군 이병 헨리 존슨은 프랑스의 아르곤 숲에서 동료 병사 한 명과 함께 초병 근무 중 독일군의 기습 공격을 당했다. 동료 병사는 부상당해 쓰러졌고, 존슨은 독일군에 맞서 단도 하나로 육탄전을 벌여 전우가 포로로 잡혀가는 것을 막았다. 존슨은 흑인들로 이뤄진 ‘할렘 헬파이터 부대(369보병연대)’ 소속이었다. 참전기간 21곳에 부상을 입은 존슨은 제대 후인 1929년 3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유대인인 윌리엄 셔민 병장은 소총수로 프랑스 전선에 투입돼 1918년 8월 프랑스의 베즐강 인근에서 사흘간의 격전을 치렀다. 그는 독일군의 기관총 사격과 포격을 뚫고 참호를 뛰쳐나가 쓰러진 전우를 구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셔민은 (전우를)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다”며 “기관총 사격을 뚫고 세 차례나 뛰어나가 부상당한 동료를 끌어와 안전한 곳으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셔민은 이 과정에서 파편에 부상을 당했고 탄알이 그의 철모를 관통했다.

 이 같은 공훈으로 셔민은 1919년에, 존슨은 사후인 2003년에 각각 무공훈장인 수훈십자훈장(Distinguished

Service Cross)을 받았지만 이는 명예훈장보다는 아래 단계였다. 이 때문에 두 사람에게 공훈에 걸맞은 훈장을 수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유가족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계속됐다.

 이날 수여식 때 장내 방송에서 존슨의 공적 사유가 낭독되자 오바마 대통령은 차렷 자세로 예를 갖췄다. CNN은 수여식을 생중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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