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치러 간 격리 여성, 경찰 위치추적으로 찾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환자가 늘면서 산업계 현장과 학교, 병원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주말 모임이나 행사도 취소 또는 연기되는 등 일상생활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감염 위험자들의 무책임한 행동도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자가 격리 대상인 서울 거주 50대 여성은 2일 전북 지역에서 골프를 쳤다. 그는 일행 10여 명과 버스로 이동했다. 그가 집에 없는 것을 확인한 관할 보건소는 경찰에 위치추적을 의뢰해 골프장에서 찾아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지원부서에서 근무하던 직원 A씨는 최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부친의 병간호를 위해 첫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던 병원을 찾았다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A씨와 접촉한 20여 명을 귀가 조치하고 2~3일간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현재 쌍용차 생산라인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공장 전체를 소독하고 방역작업을 했으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도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직원이 나타나 격리됐으나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또 4일부터 이틀간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신입사원 하계수련회에 최근 중동 출장을 다녀온 신입사원들의 참석을 제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직원 가운데 메르스 확진자는 없으나 최근 중동 지역에 출장을 다녀온 직원들의 경우 재택근무를 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충북 등에서 일부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다. 특히 충북의 한 초등학교의 이모(23) 교사는 지난달 23일 확진 환자로 판정 난 아버지를 문병한 뒤 26일부터 나흘간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했으며, 타 학교 교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에선 유치원 57개, 초등학교 75개, 중학교 8개, 고등학교 1개, 특수학교 1개, 대학교 1개교 등 총 143곳이 휴업에 들어갔거나 휴업 예정이다. 상당수가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의 인근 학교다. 2일 휴업에 들어간 한 초등학교에선 교사가 메르스 치료를 받다 숨진 50대 여성과 같은 병원에 입원했던 가족을 간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메르스가 학생들에게 퍼질 것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휴업 요청이 쇄도했다”고 말했다. 휴업하는 초·중학교는 맞벌이가정 자녀 등이 등교하면 귀가 시간까지 돌봐주기로 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중·대형 병원에선 메르스 확산으로 예약 취소가 속출했다. 회사원 김모(43)씨는 “2세 아이가 아픈데 8일째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다. 하루 열 번씩 아이 체온만 재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주부 임모(34·여)씨도 “3세인 큰아이의 병원 예약을 취소했다. 힘들게 잡은 수술 예약이라 고민하다가 사망자 발생 뉴스를 듣고 바로 취소했다”고 말했다. 약국에서는 마스크가 바닥났다. 서울 일원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65)씨는 “갑자기 어제(1일)부터 손님이 몰렸고, 상자째 사가는 사람도 있었다”며 “면 마스크가 없어 공사장에서 쓰는 방진 마스크까지 팔았다”고 했다.

 동문회 등 각종 모임도 취소되고 있다. 회사원 조모(49)씨는 “고교 동문회가 주말에 예정돼 있었는데 ‘메르스 우려로 취소한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전했다.

임명수·한영익·최종권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