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면장애 신약 빛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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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하루에 8시간을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갑자기 무척 졸리다는 사람이 있다. 봄에 일시적으로 피로를 느끼는 ‘춘곤증’과 다르다. 일종의 수면장애인데 사계절 내내 엄습해 괴롭힌다. 그 주범은 바로 중추신경계 문제로 발생하는 ‘기면증(嗜眠症·Sleep Attack)’이다. 잠이 주는 고통은 이 뿐이 아니다. 과도한 코골이와 함께 잠을 자다 일시적으로 호흡이 멈추는 ‘수면 무호흡증’을 앓는 사람도 적잖다.

 이같은 수면장애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SK㈜가 개발한 치료제(SKL-N05)가 1일 미국에서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다. 신약은 개발 단계에 따라 동물 실험인 ‘전(前) 임상’에서 ‘임상 1상(건강한 사람 대상)→2상(환자 상대 약효 확인)→3상(추가 확인)→승인’으로 나뉜다.

 새로운 치료제는 SK㈜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신약 전문회사 SK바이오팜이 개발했다. 미국 현지 병원의 임상 시험은 ‘재즈’라는 제약사가 맡았다. 기면증 치료제 ‘자이렘’을 만든 업체로 수면장애 분야에서 세계 최대다. 지난해 매출만 1조3000억원을 올렸다.

 앞서 SK㈜는 신약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뒤 지난 2011년 재즈에 기술을 수출했다. 재즈는 일단 2017년까지 임상 3상 시험을 끝내고, 미국식품의약품국(FDA) 승인이 날 경우 이르면 2018년께 시판할 계획이다.

 유창호 SK바이오팜 팀장은 “직접 임상시험·마케팅을 하는 것보다 현지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있고 시장을 주도하는 제약사를 통하는 게 성공 확률이 크고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는 기술 수출료와 함께 시판 이후 로열티 수입을 올리게 된다. 또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12개국의 판권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신약 출시 뒤엔 SK㈜가 이들 국가에서 직접 마케팅을 펼 예정이다. 현재 수면장애 신약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간 30억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해마다 6% 넘게 성장하는 황금알이다.

 SK㈜는 이번 성과에 한껏 고무돼 있다.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바이오 산업’의 열매가 속속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대식 SK㈜ 사장은 “수면장애 질환 말고도 뇌전증(간질)·만성변비·과민성대장증후군 등에서 경쟁력이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SK그룹은 1993년 신약 사업에 진출한 뒤 수면장애 등 중추신경계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해왔다. 최태원 SK 회장은 2009년 대전광역시 대덕연구단지의 SK생명과학연구원을 방문해 신약 개발을 보고 받고 “연구개발(R&D)이 희망이자 미래”라며 연구진을 독려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지난 4월엔 SK 바이오팜에서 ‘SK 바이오텍’을 분사해 의약품 원료 생산을 확대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편 SK C&C는 오는 8월 1일 SK㈜를 흡수합병한다고 1일 공시했다. 지배구조 개선과 신사업 발굴 등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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