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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정치적 이용 안 돼 … 정상회담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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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달 30일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의 사회로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일 의원 초청 동아시아 평화와 한·일 관계’ 좌담회에서 자치단체간 교류를 늘리자고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 지사, 곤도 쇼이치 일본 민주당 의원, 정병국 의원, 김 대기자, 고노 다로 일본 자민당 의원, 이종걸 원내대표. [사진 제주도]

한·일 의원들이 제주도에 모여 양국 관계의 해법을 모색했다. 제주도 ‘세계 평화의 섬’ 지정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한·일 의원 초청 동아시아 평화와 한·일관계 좌담회’에서다. 지난달 30일 제주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좌담회는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의 사회로 오전 10시부터 2시간45분간 열렸다. 한국 측에선 정병국(국회 외통위원) 새누리당 의원,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선 고노 다로(河野太郞) 자민당 의원(중의원), 곤도 쇼이치(近藤昭一) 민주당 의원(중의원)이 참석했다. 고노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아들이다.

 ◆아베 과거사 인식 놓고 해석 차=김 대기자는 “역사수정주의나 전쟁에 대한 정의 등을 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생각과 자세는 보편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면서 한·일 의원들의 생각을 물었다.

 고노 의원은 “아베 총리가 여당, 야당 의원으로서 한 발언과 총리로서 한 발언을 구별해야 한다”며 “적어도 총리로서 한 발언을 보면 역대 내각의 발언(담화)을 수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8월 15일을 앞두고) 새로운 총리 담화가 나오지 않는 한 아베 내각은 과거 내각의 담화를 계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곤도 의원은 “얼마 전 아베 총리에게 ‘(고노) 담화 이전의 상태로 돌리려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이 의원은 “아베 총리가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답습했다’고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없다”며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평화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것을 보면 수정주의이지 결코 담화를 계승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일 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미국이 군사 부담을 일본에 넘기고,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확대해 군사대국을 꾀하려다 보면 목표도 이루지 못하고 미·중 패권경쟁에 끼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역사 갈등은 전문가에게=역사 문제를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곤도 의원은 “역사는 전문가가 연구하고 사실에 입각해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들에게 사실관계는 이런 거고,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고, 다른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가르쳐야 한다. 양국 역사학자들이 무엇이 사실인지 (먼저)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정 의원은 “정치인들이 한·일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양국 최고위급 지도자가 결단을 내려 시급히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도 “과거 사실에 관한 인식 태도 등은 아베 총리 본인이 말한 대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한·일 미래에 좋다”고 했다.

 ◆한·일 지자체가 모세혈관 역할을=김 대기자는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처럼 한·일이 지금보다 지역 간 교류 협력을 확대해 우호적인 인프라를 탄탄하게 해야 정부 간 외교 갈등이 생겨도 양국 관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도 ‘모세혈관론’을 폈다. 그는 “중앙정부가 외교나 안보 문제로 논쟁하더라도 풀뿌리 민간 차원에선 더 활발히 교류해야 한다”며 “4년간 중단된 한·일 시·도지사 협의회를 재개하기 위한 실무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원 지사는 “한·일 관광 부흥을 이뤄내겠다”고도 했다. 정 의원은 “문화의 힘이 외교에 미치는 힘보다 크다”며 “문화교류와 청년학생·스포츠 교류를 활발히 하자”고 제안했다.

  장세정 기자, 제주=최충일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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