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음악콩쿠르」너무 많다|「음악교육협」제재 계기로 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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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그동안 아무런 제약없이 횡행하던 말썽많은 사이비 음악콩쿠르에 마침내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 9일로 예정되었던 대한음악교육협회(총무 서경운)주최의 학생 음악경연대회가 서울 중부 교육구청에 의해 중단케된 것이다.
콩쿠르 당일의 갑작스런 취소공고로 피해자가 된 5백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항의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음악계 인사들은 그동안 돈벌이를 위한 사이비콩쿠르가 음악교육을 그르치는 정도가 워낙 컸던만큼 이번 기회에 콩쿠르풍토가 정화되기를 열망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목적이 뚜렷하고 권위가 있는 음악콩쿠르는 10여개 안팎. 신문사가 주최하는 중앙·동아·한국·경향 이화콩쿠르가 있다. 그밖에 한국음협·월간음악·예음·육영재단 콩쿠르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다.
그밖에 서울대음대등 각대학이 주최하던 음악콩쿠르는 입학과 관련된 잡음등으로 모두 중지되었다. 청주사대등 몇몇 지방대학이 주최하는 콩쿠르만이 남아 있다.
최근 서울시내에서 열리고 있는 그밖의 사이비콩쿠르의 수는 10여개가 넘으리라는 것이『월간음악』대표 금수현씨의 얘기다.
예능지도자협회, 10여년간 틴에이저 콩쿠르를 주관해온 K대학 P교수, S여대교수를 지낸 S씨, 음악전문가도 아니면서 콩쿠르를 주최하여 큰재산을 모았다고 알려진 서울남영동 S피아노 대표등은 음악계에서도 유명하다.
음악콩쿠르는 대부분이 인구가 많은 피아노 부문이고, 주로 피아노교습소를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한다. 그러나 일단 콩쿠르공고가 나가면 적어도 3백∼4백명, 많은 경우에는 2천∼3천명이 넘게 참가자가 밀린다는 것이 한국음협 곽재국사무국장의 얘기다.
따라서 1천명이면 1인 참가비가 보통 2만원이므로 2천만원이 모이고, 장소사용료·상장등 경비를 빼도 엄청난 돈이 남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의 경우 대부분의 사이비 콩쿠르가 열리는 장소로 알려진 이태원의 크라운 관광호텔, 어린이회관 무지개극장, 여의도여성 백인회관등은 연중 붐빈다. 부산·울산·대전등 지방은 오히려 더 심하다.
참가자의 거의 대부분에게 각종 명목을 붙여 상을 주는것이 이러한 사이비 콩쿠르의 특징인데 피아노등의 부상이 있는 특상이나 1등을 주는 경우에는 입상자 부모와 1백만원 또는 몇십만원의 흥정을 하여 상을 파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부모들은 평소 많은 돈을 들여 자녀들에게 음악교육을 시키는만큼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싶은데 달리 방법이 없으니 콩쿠르에 참가하는 것 같다고 서울대음대 김정길교수는 말했다.
콩쿠르의 실패를 알면서도 2만∼3만원의 참가비로 상장을 하나받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부모의 허영심도 사이비 콩쿠르가 성항케하는 이유로 지적되고있다.
콩쿠르를 개최하는데는 아무런 관이나 협회등의 제약이 없는 것이 아직까지의 현실. 따라서 한국음협등은 지난 4,5년간 문공부·서울시교위등에 몇차례 사이비 콩쿠르의 폐단을 진정, 그 시정을 요구해왔으나 아직은 이렇다할 조처가 없었다고 한국음협 조상현이사장은 말했다.
따라서 오늘의 사이비 콩쿠르풍토를 정화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각성과 함께 음악도들의 실력측정방법으로 학교 또는 교육구청단위의 콩쿠르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김정길교수는 말했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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