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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한방 접목한 의료 서비스 제공할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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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유명철 원장이 동서신의학병원 조감도 앞에서 병원운영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경희대 부속 동서신의학병원 유명철(63) 원장은 양방과 한방의 진정한 조화를 꿈꾼다. 30여 년간 정형외과 의사로 일하면서 끊임없이 한방과 양방의 조화를 시도해 왔다. 1970년대 말 침술에 의한 마취 효과가 화제가 됐을 때 그는 침술로 마취한 환자의 관절 수술을 집도하기도 했다.

"당시 대부분의 의사들은 침술에 의한 마취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침술로 마취를 하면 마취약 필요량이 절반 이하로 줄고 부작용도 그만큼 작어지기 때문에 시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환자 입장에서 본다면 한방이든 양방이든 병이 잘 낫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는 자신이 한방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정형외과 의사라서일지 모른다고 했다. 정형외과에는 뼈가 부러지거나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많아 찾아온다. 한방을 먼저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는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아 고생하던 환자가 한방으로 증세가 완화된 경우도 많이 봤다고 한다.

하지만 양방과 한방 간의 불신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의사들은 한약이 간에 나쁘다고 하고, 한의사는 항생제의 부작용을 이야기합니다. 질병은 하나인데 처방이 두 가지인 셈이죠. 환자들은 한방과 양방을 오가며 불안감만 키워갑니다."

71년 국내 최초로 한방병원을 개설하고, 4년 전부터 양방협진센터를 운영해온 경희대에서조차 진정한 협진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양방협진이라고 해도 한 건물에 양.한방 병원이 함께 들어 있다는 의미 이상은 아니예요. 환자의 진료 기록을 한방과 양방에서 각각 만들어 관리할 정도니까요."

그는 3월 서울 상일동에 문을 여는 동서신의학병원을 통해 양방협진의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병원에 10개 전문센터를 만들고 센터별로 의사와 한의사를 함께 배치했다. 10개 센터는 중풍 및 뇌질환.암.관절.척추.알러지 비염 등 한방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의 질병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센터별로 양방과 한방 의사들이 정기적인 모임도 하고 있다. 양방 간의 장단점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보완책으로 코디네이터 제도도 도입했다. 중풍(뇌졸중)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가 어느 의사를 찾아야 할지, 한방이 나을지 양방이 나을지를 놓고 고민할 경우 코디네이터를 찾도록 했다. 코디네이터는 검진 결과를 놓고 적절한 치료법을 추천해 준다. 환자의 진료 기록도 양한방을 통합해서 작성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와 처방 이력 등을 상세히 알 수 있다.

"환자 중심의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환자에게 양방이나 한방의 구별은 아무 의미가 없잖습니까. 양방이 상호 신뢰한다면 환자에게 보다 나은 치료를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네 손가락이 잘려나가 평생을 불편하게 살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정형외과 의사가 됐다. 75년엔 국내 최초로 절단된 다리를 접합하는 수술에도 성공했다. 당시의 수술은 세계에서 네번째로 국내외에서 화제가 됐었다. 그는 자원봉사자로도 유명하다. 86년 X-레이 등 검진 장비를 갖춘 차량까지 마련해 전국을 돌며 무료 진료를 해왔다. 지금까지 3만5000명의 환자를 진료했고 그 공로로 2001년 서울시에서 시민대상도 받았다. 유 원장은 "가난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을 돕는 건 의사의 숙명"이라며 "동서신의학병원 역시 지역 사회와 빈곤층을 위한 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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