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당 2억원 … K리그 ‘골라인 판독기’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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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16일 프로축구 서울-전남전 전반 12분. 에벨톤의 헤딩슛이 골라인에 걸친 모습. [SPOTV 캡처]

프로축구 경기 도중 ‘골라인 오심 판정’이 나왔다. 후폭풍으로 ‘골라인 판정기 도입’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지난 16일 서울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서울과 전남의 경기. 전반 12분 서울 차두리(35)의 헤딩을 에벨톤(29)이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공은 크로스바 하단을 때린 뒤 골라인을 맞고 밖으로 튕겨나왔다. 골라인을 체크하던 제1부심의 득점 인정 신호에 주심은 골을 선언했다.

 전남 골키퍼 김병지(45)와 노상래(45) 감독은 심판에게 달려가 항의했다. TV 중계 리플레이를 보면 볼이 골라인에 걸친 뒤 나왔다. 국제축구평의회 규칙상 공이 골라인을 완전히 넘어야만 득점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억울하게 선제 실점한 전남은 0-3으로 졌다.

 골라인 오심 판정은 빈번하게 발생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잉글랜드와 서독과 결승에서 제프 허스트(잉글랜드)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 라인에 걸쳐 득점으로 인정됐는데, 훗날 골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잉글랜드와 독일의 16강에서는 프랭크 램파드(잉글랜드)의 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한 뒤 골 라인을 넘었지만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심판의 권위가 떨어질 수 있다며 테크놀로지 개입에 부정적이었던 국제축구연맹(FIFA)은 결국 2014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골라인 판독기(공의 골라인 통과 여부를 가리는 장치)를 도입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2013-14시즌부터 골 라인 판독기를 활용하고 있고,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 리그도 다음 시즌부터 도입한다.

 프로축구도 오심을 막기 위해 골라인 판독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오프사이드와 핸드볼 파울과 달리 골라인 판독은 찬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위원은 “현재 K리그 여건상 여러 문제가 따른다”고 말했다.

 미국프로축구(MLS)는 2013년 골라인 판독기를 도입하려다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여력이 안 된다”며 포기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추산에 따르면 한 경기장에 골라인 판독 장비를 설치하는 데 17만 유로(약 2억1000만원)가 든다고 한다. 국내 프로축구가 감당하기 벅찬 금액이다.

 중계방송 카메라의 리플레이에 의존하기도 쉽지 않다. 프로축구는 전 경기를 생중계하지 않는 데다, 중계 카메라가 많지 않아 딱 떨어지는 장면을 잡기도 힘들다.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은 “골라인 판독기 필요성을 인식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면서도 “단순히 카메라 설치 뿐만 아니라 추가 인력 배치, 규정 변경, 실효성 등을 종합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은 17일 부산을 2-1로 꺾고 3연승을 달리며 공동 5위가 됐다. 포항과 광주는 득점 없이 비겼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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