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 불규칙할 때 제세동기 이식하면 돌연사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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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구 부정맥연구회장

부정맥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만큼 화급한 질환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심장이 빨리 뛰는 빈맥, 천천히 뛰는 서맥을 아는 정도다. 하지만 부정맥은 급성 심정지의 위험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맥박이 불규칙한 심방세동은 증상이 경미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아 대비가 어렵다. 급성 심정지 환자는 신속한 응급처치가 유일한 생명줄이다. 제세동기로 전기 충격을 줘 멎은 심장을 되돌린다.

현재는 제세동기를 몸 속에 직접 이식한다. 돌연사의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만큼 기술이 진보했다. 부정맥 환자가 증가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제세동기를 이식하는 환자도 연간 약 700명에 이른다.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인 부정맥연구회 신동구(56·사진) 회장은 “이식형 제세동기는 빠르고 비정상적인 심장의 리듬을 치료한다”며 “심장 돌연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식형 제세동기는 박동 생성과 전기충격을 주기 위한 배터리·전자회로로 구성돼 있다. 심장에 삽입한 전극선과 몸에 넣은 제세동기를 연결해 심장활동을 실시간 감지한다. 평소와 다른 심장박동을 인지하는 순간 전기충격을 줘 자동으로 응급처치를 하는 원리다.

그는 “심장 리듬이 비정상적일 때 심장으로 전기충격을 전달해 치료한다”며 “치료 효과에 비해 환자 편의가 낮아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식형 제세동기는 장치가 크고, 배터리 수명이 짧으며, 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찍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고령의 부정맥 환자는 MRI 검사 수요가 높아 이식을 꺼릴 수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불편을 최소화했다. 신 회장은 “몸에 삽입하는 장치 크기가 소형화하는 추세”라며 “10년 이상 수명이 지속되는 배터리, MRI 촬영이 가능한 이식형 제세동기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특히 위험 박동과 정상 박동을 구별하는 인식능력 기술이 발전해 부적절한 충격이 크게 줄었다.

부정맥연구회에 따르면 연간 급성 심정지 경험자 수는 약 3만 명이다. 이 중 95% 이상이 사망한다. 응급치료를 받더라도 뇌기능을 유지한 채 퇴원하는 환자는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신 회장은 “급성 심정지가 온 뒤 후유증 없이 일상생활로 돌아가는 사례는 1% 남짓”이라며 “심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1차 예방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1차 예방은 심장 기능이 약해 부정맥·심장마비가 올 가능성이 큰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미리 위험에 대비해 심장 돌연사를 막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그는 “심전도 검사를 통해 유전적 소양,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심방세동을 찾아내는 건 기본”이라며 “제세동기 이식 같은 적극적인 예방법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부정맥연구회는 질환의 위험성을 홍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악성 부정맥을 예측하는 도구 개발에도 나선다. 신 회장은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1차 예방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낮다. 2차 예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이므로 꾸준히 알려 인식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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