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찾아서<21>가을떡과 송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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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여름비는 잠비, 가을비는 떡비』 라는 옛말이 있다.
우리는4계절을 통해 떡을 즐기는 민족이지만 특히 수확의 계절인가을의 떡은 맛이 난다.
콩깨동부인절미, 올벼송편, 개떡, 조떡, 콩떡, 호박떡, 콩찰떡, 무우시루떡등 8월(음력)의 절식뿐 아니라 감국화전, 밤단자, 밤떡, 감떡, 쇠머리떡등 9월의떡과 10월상달 가을 고사일을 택하여 만드는 팥시루떡이며 검은콩시루떡, 콩인절미, 무우설기떡까지 떡의 절기는 가을부터시작된다.
이처럼 떡을 즐기는 우리 민족의 옛마을 개념을 떡의 문화로 이해하면 쉽게 풀어진다는 민속학자도 있다.
식용과 의식용·고지용으로 나누어지는 떡의 용도가운데 특히 고사떡이나 이사때 해먹는떡등 고지용은 공동체의식에 대한 많은 뜻을 지니고 있다.
『떡 해 먹을집』 이란 속담에는 소속된 공동체와 화합할만한 자격을 상실한 문제가 있는 집을 가리키는 말로 떡을해 이웃에 나누어 화합의 계기라도 마련해야할 정도의 집안이란 뜻을 은근히 내포하고 있다.
『측간에 넘어져도 떡해먹는다』 는 속담 역시 고지의 의미를 지닌다.
화장실에서 넘어졌다면 일단 어떤 질병의 발병을 의미하며 떡을 만들어 이웃에 돌림으로해서 『우리집에 위기가 왔으니 좋은 약을 구해 주시든지, 도와주시오』 란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사소한 일에까지 떡을 해 이웃에 집안사정을 알려 서로 도와온 것이 우리의전통풍습이었다.
의식에 밥이 아닌 떡이 오르는 것은 떡이 그만큼 손이 많이 가고 정성들여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전화 한통화로 인스턴트 떡이 대량 보급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예스런 공동체의식이나 떡의 문화가 있을수 없다.
명절에 케이크를 이웃에 돌리는 새풍습이 생기긴 했어도 이것으론 떡의 문화를 이해하기어렵다.
추석이면 이웃과 친지가 모여 송편을 빚고 차례를 지내며 떡을 이웃에 돌리는 것은 의식과 고지의 뜻을 함께 지닌다.
강인희교수 (명지대 가정학과장)는 집안에서 송편을 직접 빚는 것은 가공과정에서의 정성과 함께 만드는데서 오는 공동체의식, 그리고 아이들에게 명절기분을 만끽하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를 적극 권하고 싶다고 했다.
추석의 송편만큼은 홈 메이드로 각가정의 개성을 살려보도록 하자는 것.
추석명절에 만드는 다같은 송편이라해도 지방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르다고 강교수는 말한다.
북쪽과 남쪽의 송편은 몇입 베어물만큼 크고, 서울의 송편은 한임에 들만큼 작다.
황해도나 경상도는 소박하게 손자국을 내 크게 빚어 먹음직스럽다.
강원도는 손가락처럼 갸름하게 빚고, 원산쪽은 조개처럼 뒤를 꼭 눌러 빚는다.
추석송편은 쑥이나 송기등으로 색깔을 잘 넣지 않는다.
햇곡식 자체의 맛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깔을 넣으려면 분홍색이 나는 송기송편을 만든다.
송기는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서 만드는 것이다.
송편은 멥쌀을 한나절쯤 흠씬 불려 건져 쌀 10컵에 소금 2T를 넣고 빻아 고운 체로 쌀가루를 내린다.
송편반죽은 익반죽도 되고 냉수반죽도되나 반죽이 된것보다 약간 진듯하게 하는 것이 송편이 쫄깃쫄깃하고 맛이 있다.
송편을 다 빚으면 시루에 시룻번을 바르고 물이 끓으면 밑바닥에 솔잎을 넉넉히 깔고 빚어놓은 송편을 쏟아 넣어 찐다.
뜸을 잘 들인후 냉수에 잠깐넣어 솔잎을 떼어 내고 건져 냉수 조금에 참기름을 타서 발라 둔다.
솔잎이 붙은채 두면 잘 쉬지 않는다.<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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