텝봉·조티아카 … 세계 고승들, 광화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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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 불교계의 고승과 종교지도자들이 참석하는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가 16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한불교 조계종은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이하 기원대회)의 막도 함께 올린다.

 무차(無遮)대회는 말 그대로 ‘막힘 없는 대회’다. 출가자와 재가자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참여해 참선과 마음공부에 대한 물음과 답을 주고받는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도 이날 무차선 대회에 자리한다.

진제 스님은 “간화선(看話禪·화두를 궁리하는 선수행법)이 한국에 들어온 지 800년이다. 세계 평화를 이루려면 모두가 마음수양을 해야 한다. 바쁜 현대인도 얼마든지 생활선(生活禪)을 할 수 있다. 그래야 세상이 평등해진다. 마음수행을 통해 자타(自他)의 차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진제 스님은 또 “무차선 대회의 법문에서 먼저 이 물음을 던지려 한다. ‘옛 부처가 나기 전에 우주 주인이 누구인고/고요하고 고요해서 그 당처는 항시 편안함이로다/대천세계가 한집이요, 만유가 나와 더불어 한 몸이더라’”고 말했다.

 세계 불교계의 고승도 대거 참석한다. 캄보디아 최고 불교지도자인 승왕(僧王) 텝봉 스님을 비롯해 미얀마에서 ‘사야도(큰스승)’로 존경받는 바단타 조티아카 스님, 일본 일한불교협회 회장 후지타 류조 스님, 스리랑카 니얀고다 스님, 호주불교연합회 수트아모 스님 등이 참석한다. 그 밖에 세계종교지도자협의회 바와제인 사무총장과 가톨릭대학국제협회 회장을 역임한 앤터니 세네라 종교학 교수 등도 초청됐다.

 기원대회 봉행위원장 지현 스님(총무원 총무부장)은 “각국의 고승들이 자기 나라의 봉축행사도 미루고 한국의 초청에 응했다. 무차대회와 기원대회를 통해 전 세계 불교인이 한마음 한뜻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차선대회 본행사는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된다. 이에 앞서 오후 6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는 외국인 스님 3명(러시아·방글라데시·스리랑카)이 수행 방법과 메시지를 전하는 ‘달마 토크’와 진혼제 공연 등 식전 행사가 마련된다.

 석가탄신일(25일)을 맞아 연등회 행사도 이날 함께 거행된다. 7만 명의 불자가 10만 개의 연등을 들고 동대문에서 출발해 종로를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한다.

기원대회 사무총장 남전 스님(총무원 기획국장)은 “모든 연등 행렬이 광화문광장에 집결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보기 드문 장관이 될 것이다. 기원대회에서는 세계 각국의 고승들과 함께 ‘10분간 선정’에 들어 세계 평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17일에는 서울 조계사에서 ‘한국전쟁 희생자를 위한 수륙무차대제’가 열린다.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 스님은 “기원대회의 마무리 성격이다. 무형문화재인 수륙무차대제는 하늘과 땅과 물에 존재하는 모든 외로운 영혼을 위한 천도재다. 이번에는 위패에 태극기와 인공기를 넣는다. 처음으로 남측과 북측의 한국전쟁 희생자를 함께 아우르는 평등대제를 연다. 대승적 차원에서 대립과 반목을 넘어 진정한 평화를 이루자는 염원을 담는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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