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어강습소『엉터리선생』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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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외국어뭄을 타고 일부 사설 외국어강습소에서 뜨내기 외국인 강사를 채용, 무책임한 회화교육을 하고있어 교육계의 심각한 문제가 되고있다.
무자격 외국인강사- 이들은 입국목적이 교육이 아닌 관광이거나 미8군 가족으로 비자없이 입국한 사람 또는 떠돌이 방랑자들로 단순히「특정 외국어를 모국어로 말하는 사람(Native Speaker)」이라는 간판 하나로 외국어선생 행세를 하고 있다.
교육비자(Teaching Visa 7-12)도 없는 자들이 사설교습소에 버젓이 취업하거나 개인교습의 명목으로 무책임한 회화교육을 하고있어 교육적인 병폐를 넘고 있다.
서울시내 외국어 강습소는 관인학원이 70여개, 사설 외국어교습소는 5백여곳이 넘는다. 특히 외국어 교습소는 외국어 열풍과 80년에 기존무허가 교습소를 신고제로 바꾸면서 그 수가 급증, 난립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을 종로·세종로 일대에 밀집돼 있는 이른바「미인회화」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는 사설교습소-. 대부분 10평 미만의 좁은 공간에 사무실과 강의실을 차려놓고 있다. 이들 사실교습소에서는 신고자가 직접 강의를 해야하는 사설학원법 규정을 무시 제멋대로 뜨내기 무자격 외국인 강사를 채용하고 있다. 한 교습소 관계자는『얼굴만 반듯한 외국인이면 채용한다』고 말했다. 뜨내기 외국인 강사들의 주된 숙박처가 되고있는 여관도 있다. 7년 전부터 외국인 방랑객들이 즐겨 찾아온다는 D여관(서울내수동) 주인 김모씨(45)는 『이곳 외국인들은 숙박비가 떨어지면 외국어 교습소에 나가거나 대학생들을 모아 회화를 가르쳐 돈을 번다』고 말했다.
두번째 한국에 왔다는 미국인 K씨는『한국 사람들은 외국인들에게 무조건 친절하다. 나같이 회화를 가르치며 돈 버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의 한달 수입은 평균 l백만원이 웃돌 정도.
영어회화를 배운적이 있다는 이모군(21·K대2년)은 『직업이나 학력도 의심스럽고, 생활영어를 가르친다며 술집등을 끌고 다녀서 며칠 배우다가 그만두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 가운데 이른바「생활영어」「미인회화」를 배우러 한달에 5만원이 받는 삐싼 수강료를 내고 외인아파트에까지 찾아가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의 이태원·한남동·남산일대의 외인아파트에서는 영외거주가 허락된 일부 미군장교들이 공공연하게 영어회화 교습을 하고 있다.
회화를 배우겠다는 외곬 생각이 지나쳐 탈선의 현장까지 몰고가는 경우도 있다. 종로 E교습소에서 영어회화를 배운적이 있다는 회사원 박모씨(30)는 『영어회화 강사가 고졸의 학력에 유명한 바람둥이로 소문이 자자했다』며『그의 주변에는 여학생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제정보화 사회에서 외국어 열기가 높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외국어를 배우겠다는 생각에 민족적 자존심까지 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교육은 원하는 사람 모두에겐 개방되어야 하지만 가르지는 사람의 자질은 엄격히 규정되어야 한다. 한국사람 모두가 국어를 가르칠 수 없듯이 외국인이라고 해서 모두 다 외국어 강사일 수는 없다.
교육관계자들은 과열된 외국어 회화붐이 외국어 교육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을 중시 ▲무분별한 외국어 열을 가라앉히고 ▲난립된 사설교습소를 사회교육의 일환으로 건전하게 보호 육성해야 할 것이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염재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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