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R 지나는 중국 국경도시엔 카자흐 쇼핑객 수천 명 … 삼성 갤S6도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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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카자흐스탄 접경 도시인 호르고스에 설립된 ‘국제 경제무역특구’의 한 쇼핑센터 내 휴대전화 매장. 삼성전자의 최신 휴대전화 갤럭시6도 전시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소매상들이 주 고객이다. [한우덕 기자]

중국 북서부 신장(新疆)자치구 호르고스(중국명 훠얼궈쓰). 어지간한 지도에는 나오지도 않는 인구 약 9만 명의 작은 도시다. 그러나 이곳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추진과 함께 각종 매체로부터 ‘북방의 선전으로 떠오르는 도시’라는 찬사를 받는다. 그 이유가 뭘까.

 “호르고스에는 세계에서 유일한 게 하나 있다. 중국과 카자흐스탄이 접경 지역에 공동 설립한 국제 경제무역특구가 그것이다. 양국 국민이 비자 없이 들어와 자유롭게 통행하고 거래할 수 있다. 1980년대 개혁·개방이 선전을 낳았다면, 일대일로는 호르고스를 또 다른 개방도시로 탄생시킬 것이다.”(무라리 훠얼궈쓰 시장)

 특구 내 백화점과 은행, 각종 상점이 입주한 대형 쇼핑몰이 여섯 채 세워져 있고 여기저기 새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오일달러로 주머니가 두둑하지만 제조업이 취약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단체 버스로 하루 2000여 명씩 찾아온다. 중국 제품을 사 가서 되파는 보따리상도 눈에 띄었다. 거래되는 물건은 값싼 생필품이나 중고 휴대전화는 물론 고급 브랜드 명품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6는 이곳에서 인기 상품이었다. 중고 타이어 매장에도 한국산임을 알려주는 상표가 눈에 띄었다. 홍콩계 면세점 광후이(光輝)의 매니저 다이젠궈(戴建國)는 “이 외진 곳에 누가 물건 사러 올까 걱정했는데 막상 문을 열고 보니 매출액이 같은 면세특구인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중국은 하루 거래액 8000위안(약 140만원)까지 면세 혜택을 주며 카자흐스탄 손님들을 자유무역구로 끌어들이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간 중국 경제를 끌어온 광둥성 선전도 특구 설치 전에는 한적한 어촌에 지나지 않았다. 홍콩을 배후에 둔 선전이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목이었다면 훠얼궈쓰는 중앙아시아, 나아가 유럽 대륙으로 뻗어 가는 출구다.”(무라리 시장)

 지난해 시(市)로 승격한 중국의 막내 도시 호르고스는 그렇게 ‘북방의 선전’을 꿈꾸며 성장하고 있었다. 호르고스뿐만이 아니다. 취재진이 방문했던 중국 각 도시는 지금 일대일로 열풍이다. 호르고스와 4200㎞ 떨어진 TCR의 기점 롄윈강에서는 기존 항만의 세 배가 넘는 신항을 건설 중이었고 실크로드의 기점 도시인 간쑤성 란저우에는 공항을 방불케 하는 거대 고속철도역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중부의 물류 거점도시인 정저우(鄭州)는 내륙 통관시스템을 도입해 TCR 물류 허브를 꿈꾸고 있다.

◆특별취재팀=한우덕 기자·예영준 베이징특파원·이봉걸 무역협회 연구위원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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