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충된 이해·압력 속 우방의리 존중|중공 민항기 납치범 자유중국 추방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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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의 이번 중공 민항기 납치범 석방·추방조치는 전통우방에 대한 배려와 하이재킹방지를 위한 헤이그협약 체결 당사국으로서의 의무준수 및 한·중공관계 개선이라는 상충되는 두개의 이해 틈바구니에서 전통 우방에 대한 의리를 중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중공관계개선의 장을 열어준 중공 민항기 사건의 납치범들에 대한 조기석방이 거꾸로 한·중공관계개선분위기에 제동을 걸 위험성도 없지 않다. 단기적 전망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데는 조만간 한번쯤은 역풍을 감내해야 할 사안이라면 자유중국에 대한 배려를 통해 우리의 자주적 결단을 과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외교적 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음직하다.
정부는 그 동안 중공과 제3국인 미국 등으로부터 엄벌에 처해달라는 직·간접 요청과, 의사로 대접해 조기 석방해야 한다는 일부 우리국민과 자유중국 측의 성화란 상충된 압력 속에서 납치범 처리문제에 크게 고심해왔다.
특히 전통우방인 자유중국은 헤이그협약의 준수를 다짐한 우리입장에 강하게 반발, 한국상품 불매운동 등 노골적인 압력을 가해 왔고 우리 국내서도 조기석방을 강력히 촉구하는 여론이 있어 정부의 입장을 어렵게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 대법원확정판결이 난 지난 5월 좀더 복역시킨 뒤 국제관례도 참작해 7월 말∼8월초에 석방한다는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석방과정에서 대 중공관계를 크게 의식했다면 납치범들을 로마의 유엔난민 고등판무관실로 내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유중국으로 바로 추방하는 형식을 택한 것은 이 조치로 대 중공관계가 크게 영향을 받지도 않을 것이며 받아서도 안 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외교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중공 측의 단기적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우리의 국력과 외교력이 신장되어있으므로 중공으로서도 이 문제 때문에 대한관계를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는 보지 않는 게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이수근기자>

<관계법규>
▲출입국관리법 45조(강제퇴거 대상자)=출입국 관리사무소장은 「외국인의 입국」(이번 경우 무허가 입국)조항에 위반한 외국인 등을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퇴거 시킬 수 있다.
▲동62조(송환국)=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는 그 국적 또는 시민권을 가진 국가에 송환하며 그렇게 할 수 없을 경우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 ▲출생지에 속하는 국가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위하여 선박 등에 탔던 항(항)이 속하는 국가 ▲기타 본인이 송환되기를 희망하는 국가 등이며 이번의 경우 후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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