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도 아플 땐 웰빙 식단 즐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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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곤충에서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이광범(33) 박사팀은 밤나방과의 나방 애벌레를 이용해 곤충도 아플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찾는 음식이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학회지'에 다음달 발표된다.

지금까지 기생충에 감염된 곤충이 약효가 있는 나뭇잎을 선택적으로 찾아 갉아먹는다는 발표는 있었지만, 이 박사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선호하는 먹이의 섭취 정도와 체내 면역능력의 변화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이 박사팀은 우선 나방의 애벌레에 강한 독성을 지닌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단백질과 탄수화물 먹이 두 가지로 나눠 생존율과 면역계의 활성 정도를 살폈다. 그 결과 고단백.저탄수화물 먹이를 많이 먹은 애벌레가 저단백.고탄수화물 먹이를 먹은 애벌레에 비해 생존율이 4배 이상 높고, 면역능력 또한 30% 정도 향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면역계의 활성 정도는 애벌레의 몸 안에서 바이러스 면역력에 관련된 효소작용과 항생물질이 얼마나 많이 활성되는지로 판별했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에 감염된 애벌레에게 단백질과 탄수화물 두 종류의 먹이를 선택시켰을 때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를 살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애벌레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비슷한 비율로 선택한 데 비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애벌레 가운데 병에서 회복한 애벌레는 이보다 20% 정도 더 많은 단백질 먹이를 섭취했다.

이 박사는 "병에 저항하고 면역활동을 향상시키는 데는 평상시보다 많은 양의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면서 "그만큼 애벌레의 체내에서 단백질을 섭취하려는 욕구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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