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전 중국 총리, 중학교에서 지리 가르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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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溫家寶·73·사진) 전 중국 총리가 '지리 교사'로 학생들 앞에 섰다. 1년 전 방문했던 허베이(河北)성의 중학교를 다시 찾아 학생들을 상대로 지리 특강을 한 것이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11일 허베이성 청더(承德)시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인용해 원 전 총리가 지난 6~7일 청더시 싱룽(興隆)현 류다오허(六道河) 중학교에서 지리와 날씨 등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수업은 '중학생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지리-날씨와 기후'라는 주제로 이틀간 두 차례 진행됐다.

그는 중국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와 지리 관련 상식을 학생들에게 들려줬다. 그는 "인류는 기후 변화를 살피기 위해 탐색하고 연구해 왔다"며 지리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6일 저녁에는 교사용 숙소에서 잠을 잤다. 7일 아침은 학생들과 함께 아침 체조와 구보를 했다. '스스로 분발하자'라는 주제로 열린 독서토론회도 참관했다.

원 전 총리는 지리학과 인연이 깊다. 아버지가 지리 교사였다. 본인도 중국지질대에서 광산학을 전공한 지리학도다. 그는 지난해 5월 류다오허 중학교에서 '고개를 들어 천문(天文)을 보고 땅을 굽어 살펴 지리를 보자'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그는 "지리학은 한 사람이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종합적인 학문이다"며 자기 전공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농촌 기숙학교인 류다오허 중학교를 찾은 건 이번이 네 번째다. 2010년 9월 10일, 지난해 4월 16일과 5월 28일에 각각 이 학교를 방문했다. 2003~2013년까지 총리를 지내며 '서민 총리'로 인기가 높았던 그는 2012년 뉴욕타임스(NYT)가 원자바오 일가의 '부정 축재' 의혹을 보도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원 전 총리의 아들과 사위가 부정축재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원 전 총리의 딸 원루춘(溫如春)의 컨설팅 비용을 JP모건이 대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그는 세간의 의혹을 부인하며 퇴임 후에도 외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에는 전·현직 지도부들이 참석한 건국 65주년 기념 연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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