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청래 대신 사과…'사과 거부' 정청래, 최고위 불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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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8일 발생한 ‘봉숭아학당 최고위원회의’ 사건과 관련해 공개 사과했다.

문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금요일 최고위에서 민망한 모습 보였다”며 “국민과 당원들께 큰 실망과 허탈감 드려, 당을 대표해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공식 사과는 사실상 정청래 최고위원을 대신한 사과였다. 문 대표가 모두 발언에서 언급한 ‘민망한 모습’은 지난 8일 정청래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말한 뒤 주 최고위원이 회의 중 사퇴를 선언하고 퇴장한 사태를 두고 한 말이다. 당시 유승희 최고위원은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불러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문 대표는 이날 “우리(야당)는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고 국민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지만, 우리 자신이 국민께 신뢰와 희망을 드리지 못한다면 무슨 자격으로 비판을 할 수 있겠냐”며 “(이번 사건을) 우리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갈’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정 최고위원에 대해선 “최고위원의 발언은 개인의 발언이 아니라 당을 대표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며 “당의 입장에서 더 공감받을 수 있는 언어와 정제된 톤으로 발언할 것을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정 최고위원은 당내에서 일고 있는 ‘사과와 징계’ 관련 요구를 무시하고,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8일 회의에서 노래를 불렀던 유 최고위원은 “지난 최고위에서 제 의도와 달리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사과의 의미에서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문 대표는 사퇴를 선언하고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주 최고위원에게도 조속한 당무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최고위원에 당선된 것은 당원들로부터 의무를 위임받았다는 의미”라며 “주 최고위원은 호남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맡은만큼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당을 먼저 생각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당내에서 제기되는 ‘친노 패권주의’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라는 분열의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하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며 “앞으로 ‘문재인은 친노의 수장’이라는 말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표는 이어 “이번 재ㆍ보선 패배는 국민들이 우리당의 변화가 부족하다고 하는 질책이었다”며 “기득권에 안주해선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희망도 없다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지갑을 두툼하게 하는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목표는 결코 놓쳐선 안된다”며 “공천혁신과 지역분권정당, 네트워크정당 등 3대 혁신과제도 속도를 높여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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