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대구육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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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내륙분지의 도시인 대구의 더위는 유별난 데가 있다. 여름이되면 연일 전국 최고 기온을기록하는 것은 물론 분지에서 바람 한점 불어들지 않을 때가 있으니 도시가 그대로 찜통으로 비유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지독한 더위 속에서도 대구사람들은 맵고 뜨거운 육개장으로 이열치열의 묘미를 즐길줄 안다.
추운 이북지방에서 겨울음식으로 이가 시린 냉면이 손꼽히는 것과 같은 이치로 펄펄 끓는 육개장은 더운 지방의 복중음식으로 꼽힌다.
최남선의 「조선상식 문답」에도 육개장은 대구의 향토 명물 조리품으로 나와 있다.
향토색 짙은 음식이 그다지 눈에 뜨이지 않는 대구에서 유독 육개장은 돋보이는 음식이다.
특히 대구시중구동성노일대에 형성된 육개장 식당들은 대구시민들의 맛의 고향이 되고 있다.
얼큰하고 약간 짜며 구수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느끼게 하는 육개장은 어쩌면 대구라는 향토색과도 걸맞은 것인지 모른다.
육개장은 원래 개장국(보신탕) 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쇠고기를 써서 개장국처럼 맵게 끓여 대신 먹게했던 복중의 시식으로 육개강의 「개장」 은 「개장국」 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육개장에 쓰는 쇠고기를 양지머리나 사태·차돌박이로 택하는 것은 이 부분이 가로로 잘찢어져 개장국과 같은 느낌을 주게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대구의 식당에서 「쇠고기 국밥」 이나 「따로 국밥」 이란 메뉴로 등장하는 육개장은 서울에서 대구탕으로도 불리는데, 바로 대구의 육개장이 6·25이후 상경하여 서울에서 고향의이름을 얻게된 것이다.
대구의 국일관 식당이나 벙글벙글 식당등 육개장 전문집은 대부분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년전 육개장을 시작했다는 벙글벙글 식당 (대구시중구동성노2가59) 주인 김영화씨(46) 는 육개장이나 곰탕등은 대량조리품이 가정에서 만드는 소량조리품에 비해 더 구수한 맛을 살릴수 있어 식당의 음식을 찾는 식도락가가 많다고 나름대로의 견해를 밝혔다.
김씨는 국물의 구수한 맛을 살리기 위해 쇠뼈를 오래 곤 국물에 다시 육개장 조리를 한다고 맛의 비결을 일러준다.
쇠뼈와 쇠고기는 일단 물에 담가 피를 빼내야 텁텁한 맛을 줄일수 있다.
쇠뼈를 곤 국물을 펄펄 끊인 후 여기에 고기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어 다시 고아 고기만 건져낸다.
굵은 파를 길게 썰어 푹 삶는다. 파대신 부추를 써도 제맛을 낼수 있으며 무우도 큼지막하게 썰어 넣는다.
육개장의 맵싸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살리는 것은 고춧가루. 고춧가루를 그냥 넣으면 가루가 가라앉아 음식의 맛은 물론 볼품도 없어지므로 고춧가루는 반드시 기름에 볶아 넣도록 한다.
벙글벙글 식당의 경우 양지머리나 차돌박이에 붙어 있는 누린내 나지않는 기름덩어리를 잘라두었다가 이를 녹여 끓는 기름에 고춧가루를 넣어 저으면서 볶아둔다. 국물에 뜨는 기름을 건져내면서 이 기름을 조금 넣어주는 것도 좋다.
삶아 꺼내 놓았던 고기는 결에 따라 찢어 참기름·다진 마늘·후춧가루·깨소금·진간장을 넣어 양념이 고루 배도록 잘 무친다.
국물은 소금간을 약간 해서 계속 끓이며 볶은 고춧가루를 넣는다.
고춧가루는 기름에 섞여 국전체에 고루 퍼지는데. 바로 이맛이 육개장의 맵싸하고 칼칼한 맛을 살려준다.
뚝배기에 양념한 고기를 넣고 국물을 떠담아 다시 한번 끓인후 계란을 풀어 내놓는다.
벙글벙글 식당에서 육개장과 함께 내놓는 파절임은 뒷맛을 개운하게 해주는 비결을 지니고 있다.
가는파를 2∼3㎝ 길이로 썰고 김을 잘게 찢어 넣은후 참기름과 외간장으로 무쳐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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