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모씨 부인 “쇼핑백 든 남편, 의원회관까지 태워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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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측근 나경범 전 보좌관 소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은 5일 오후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왼쪽 셋째)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자금담당 보좌관을 지낸 나 본부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으나 대답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오종택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1년 6월 한나라당 당 대표 선거자금 명목으로 줬다는 1억원의 전달 과정에 동석자와 증인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다. 검찰은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이번 주 내 소환할 계획이다. 홍 지사가 소환되면 성 전 회장이 지난달 9일 숨지기 전 남긴 ‘성완종 리스트’ 등장인물 8인 중 첫 사법처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5일 전달자인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넬 당시 동석했다”고 지목한 나경범(50) 경남도청 서울본부장과 강모 전 보좌관 등 당시 의원실 보좌진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홍 지사에게 건넨 현금 1억원이 든 쇼핑백을 나씨가 들고 나갔다”고 윤 전 부사장이 진술함에 따라 이 돈을 실제 경선자금으로 썼는지 조사했다. 나씨는 당시 캠프 자금관리를 담당했다.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의 부인 장모씨 소환조사에서 “남편이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하는 날 국회 의원회관까지 태워다 줬는데 남편이 돈이 든 쇼핑백을 챙겨가는 것을 봤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장씨는 “남편이 돌아왔을 때 쇼핑백이 없었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진술은 검찰이 5일까지 윤 전 부사장을 네 차례 소환해 당일 행적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전 부사장은 영상녹화 조사 등에서 “금품 전달 당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홍 지사에게 돈이 든 쇼핑백을 직접 건넸다”고 구체적인 일시·장소 등을 특정했다고 한다. 이어 ‘당일 행적을 입증할 자료 등이 있느냐’는 추궁에 동석자 나씨와 부인 장씨를 증인으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5일 브리핑에서 “금품 공여자에 준하는 인물들의 진술과 당시 시간적·공간적 상황을 복원하고 재현하는 단계는 마무리됐다”며 “수사의 목적은 기소”라고 말했다. 한장섭 전 경남기업 재무담당 부사장→윤 전 부사장→홍 지사로 이어지는 1억원 전달 경로와 관련해 한 전 부사장·윤 전 부사장 진술에 이어 부인 장씨 진술까지 확보되자 자신감을 보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홍준표 지사 측은 “나 본부장은 당시 윤 전 부사장이 돈을 건넸다는 자리에 동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1억원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한다”며 “윤 전 부사장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 “부인 장씨가 윤 전 부사장을 태워줬다는 것 역시 부부간이기 때문에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의 변호인은 이날 검찰의 주내 소환 계획이 공개되자 “소환 통보를 받은 바 없으며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성 전 회장과 측근들의 은행 대여금고까지 압수수색했지만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금품로비 내역이 담긴 비밀장부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글=이유정·윤정민 기자 uuu@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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