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이 TV다큐 … 사랑의 힘은 역시 세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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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해 ‘휴먼다큐 사랑’은 사랑에 대한 네 가지 이야기를 준비했다. 그중 4일 방송한 첫 편 ‘단 하나의 약속’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의 가족이 등장해 따뜻한 아버지였던 고인을 추억했다. [사진 MBC]
우나리(左), 안현수(右)

해마다 이맘때만, ‘가정의 달’에 맞춰 매주 한 편씩 연간 네댓 편 방송하는 희한한 TV다큐멘터리가 있다. 한철 장사, 아니 ‘한철 다큐’인데도 어느덧 10년째를 맞았다. MBC ‘휴먼다큐 사랑’이다. 2006년 5월 첫 방송 이래 장애·병마 등 힘든 상황에서 사랑을 이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뭉클하게 전해왔다. 2009년 ‘풀빵엄마’(연출 유해진, 작가 노경희) 편은 국제에미상 등 해외에서도 상을 여럿 받았다.

 10년째인 올해는 유명인의 사연이 많다. 얼굴도 모르는 한국인 아빠를 그리워하는 필리핀 소년 민재 이야기인 ‘헬로 대디’(25일)를 제외한 세 편이 그렇다. 4일 방송한 첫 편 ‘단 하나의 약속’은 지난해 10월 갑작스레 숨진 가수 고 신해철 가족이 등장했다. 2주 연속 방송할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11·18일)은 러시아에 귀화해 소치올림픽 3관왕을 차지한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우나리 부부가 주인공이다. ‘진실이 엄마2-환희와 준희는 사춘기’(6월 1일)에는 4년 전 이 다큐가 처음 다뤘던 배우 고 최진실의 두 자녀가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나온다.

 하지만 방송 10년을 겨냥해 이런 출연진을 섭외한 건 결코 아니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이모현 PD는 “유명인이든 일반인이든 그 사랑의 스토리가 궁금한 분을 섭외하려 하지만, 대개 100번을 두드리면 99번은 안 되기 때문에 뭔가 기획해 섭외한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현수 선수가 그동안 한국 언론과 접촉을 피한 건, 선수생활에 워낙 굴곡이 많았던 데다 누군가에게 피해가 갈까 조심스러웠던 것”이라며 “사랑에 초점 맞춘 다큐 취지를 듣고 출연에 응했고, 모든 질문에 다 답했다. 분량이 많아져 2부작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동희 PD는 신해철 가족에 대해 “비극적 사고의 경위가 아니라 그가 얼마나 따뜻한 아버지였는지 알리고 싶다는 취지에서 부인 윤원희씨가 출연을 결정했다”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아빠를 그리는 소년 민재 얘기와 함께 부성(父性)의 부재, 부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 다큐에 유명인이 나온다고 해서 딱히 시청률 등에 유리하다고 말하긴 힘들다. 같은 시간대 SBS ‘힐링캠프’를 비롯, 유명인 스스로 자기 얘기를 하는 오락프로가 워낙 많아서다. 물론 ‘휴먼다큐’인 만큼 이 프로의 제작방식은 다르다. 제작진은 “카메라 한 대만을 사용해 출연진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고, 내레이션을 쓰는 작가는 현장에 동반하지 않아 제3자의 객관적 시선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다큐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제작진도 고민이 많다. 방송 다큐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TV가 가족을 다루는 방식, 나아가 우리 사회 가족 모습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 PD는 “10년을 올 수 있었던 건 사랑의 힘이 어떤 걸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이라며 “1인 가구가 많아진 시대이지만, 사랑이 주는 감동의 힘은 더하면 더했지 덜해지지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영상 유튜브 채널 MBCdocumen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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