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진실은…] '검찰 뺨치는' 조사 … 이르면 월말께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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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운찬 총장(오른쪽)과 노정혜 연구처장이 20일 오후 조사위원회 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수의과대학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황우석 교수 의혹 조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6일 구성이 마무리된 조사위원회는 매일 조사 진척 상황을 공개하고 있다. 18일 황 교수와 연구원들을 불러 조사하기 시작해 20일엔 줄기세포를 확보했으며 DNA 지문을 검증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19일 서울대 교수들은 정운찬 총장에게 엄정한 조사를 촉구했다. 정 총장도 20일 조사위를 찾아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대가 이번 조사에 모든 힘을 쏟는 듯한 모습이다.

조사위 활동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22일로 예정된 조사위의 중간 발표는 황 교수 의혹 논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강도 높은 조사=서울대 조사위는 16일 9명의 조사위원이 구성된 직후 자료조사를 시작했다. 이어 18일부터 황 교수와 연구원 24명을 불러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예비 조사는 생략하고 바로 본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황 교수는 18일부터 매일 조사받고 있다. 황 교수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맞춤형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다. 조사위는 DNA 지문 검사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줄기세포와 테라토마의 DNA와 체세포를 제공한 환자의 DNA를 비교해 줄기세포의 진위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조사위는 23일 이전에 DNA 지문 검사를 외부기관에 맡기기로 했다. 검사 의뢰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22일 중간 조사결과 발표 때 검사 결과를 알릴 수도 있다. DNA 검사 결과가 22일 이후에 나온다 해도 현재의 속도라면 모든 조사가 이달 안에 끝날 수 있다.

조사위가 속도를 내는 이유는 황 교수가 줄기세포와 테라토마 사진 조작을 인정했고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이 연일 황 교수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사를 오래 끌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피츠버그대에 파견된 김선종 연구원과 한양대 의대 윤현수 교수, 한나산부인과 장상식 원장 등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이 계속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조사위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서울대 교수 1800여 명 전원이 회원인 교수협의회와 수의대 교수들이 19일 엄정한 조사만이 국제 학계에서 서울대가 살아남는 길이라는 입장을 정운찬 총장에게 전달한 것도 조사 강도를 높이는 배경이 됐다.

서울대보다 먼저 의혹 조사에 착수한 피츠버그대가 다음달 초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도 서울대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 밝혀야 할 의혹들=황 교수의 2005년 논문은 조작된 것으로 이미 밝혀졌다. 조사위는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 원천 기술이 있는지▶줄기세포를 만든 적이 있는지▶줄기세포는 몇 개나 만들었는지▶미즈메디병원의 냉동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 됐다는 황 교수의 주장이 맞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원천 기술의 개념도 명확히 해야 한다. 체세포 핵 이식에 의해 배아를 만든 후 배반포기까지 키우는 과정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부 세포 덩어리를 꺼내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과정까지를 말하는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황 교수의 2005년 논문에 사용된 난자가 185개가 맞는지도 규명해야 한다.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1200개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05년 5월 논문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2004년 논문과 스너피.영롱이 등의 진위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대 수의대 황철용 교수는 20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키우고 있는 개(타이)의 체세포를 복제해 스너피가 태어났으며, 스너피는 복제 개가 아니라 (복제 개를 위장한) 쌍둥이 개라는 말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 특검 방불케 하는 조사위 활동=조사위의 조사 방식은 검찰 수사를 방불케 한다. 조사위는 황 교수를 비롯한 주요 연구진의 컴퓨터 본체를 '압수'하고 줄기세포 배양실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황 교수 팀의 접근을 막으려고 줄기세포와 핵이 든 보관용기까지 봉인했다.

조사위 사무실로 쓰는 수의대 5층과 황 교수 팀 연구실이 있는 6층에는 취재진의 출입을 금지하고, 황 교수 연구실로 통하는 엘리베이터의 운행을 중단했다. 수의대 건물 정문에 사설 경호원을 배치해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조사 시작 직후 뒷문 출입구를 신분증을 대고 들어가는 전자식에서 지문인식 방식으로 바꿔 보안을 강화했다.

조사위 사무실로 쓰는 5층 회의실 창문에 종이를 붙였고 4층 임시 기자실에서 5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대형 캐비닛으로 막아버렸다.

또 수의대 건물 모든 층에 사설 경호원을 배치해 외부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도 서울대는 사설 경호원을 계속 늘리고 있다. 20일엔 건물 안에서 새로운 경호원을 교육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런 철통 보안 때문에 조사위원의 신분은 거의 노출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신분 노출을 꺼려 점심과 저녁 끼니를 배달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서울대 조사위원회 일지

▶12.11 서울대, 황 교수 논문 재검증 결정

▶12.16 조사위원회 구성 완료

▶12.17 조사 시작. 자료 수집

▶12.18 황 교수 등 24명 불러 조사

▶12.19 황 교수와 연구진 연구실 접근 차단

▶12.20 2 ~ 3일 안에 DNA 지문 검증 의뢰하기로

▶12.22 중간 조사 결과 발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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