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10억시장"|일기업 중공 진출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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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기업들 사이에 다시 중공 진출 붐이 일고 있다.
78년부터 본격화됐던 중공진출 러시가 80년「중공쇼크」로 불리는 계약 불이행사태에 의해 참담한 파국으로 끝났던 것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일.
금년 들어 중공에 합작투자·기술공여·플랜트수출 등 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업을 추진중인 회사만도 이미 20여개사에 달하고 있다.
닛산 (일산) 자동차는 트럭의 현지생산에 완전 합의했으며 이스즈자동차도 소형차 생산을 추진중. 전자업계에서는 후지 (부사) 전기가 반도체 및 전자타이머 생산에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며 화낙은 공장자동화기기 생산을, 일신제강은 스테인리스강판, 미쓰이 (삼정) 석탄액화는 석탄액화플랜트수출을 진행중이다.
70년대 말의 중공진출이 주로 대형플랜트 수출에 치우쳤던 점에 비하면 최근의 중공바람은 소규모 벤처비즈니스나 소비재산업에 대한 진출이 늘고 있다는 것이 특징.
위스키메이커로 유명한 산토리의 맥주공장건설이나 미쓰꼬시 (삼월) 의 음식점, 미쓰비시(삼능)상사의 야채육종 및 통조림공장건설, 대정제약의 의약품, 아지노모도의 식품유통업 진출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일본기업의 중공 재진출의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뜻밖의 골탕을 먹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더라도 10억 인구의 중공시장은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최대의 미개척 시장이라는 점.
일본은 어느 기업인이 지적한대로 중공시장에서 한번 히트했다 하면 그 수요를 몇천만, 몇억 단위로 늘어난다는 점이 외면할 수 없는 유인이다.
게다가 중공은 4대 근대화작업, 소득 4배증계획 등으로 해외에 대한 수요가 증가 일로에 있다.
미국이나 유럽시장처럼 무역마찰을 빚을 소지가 없다는 점도 매력의 하나다.
한때 기대를 모았던 중동 산유국시장이 이란-이라크전쟁과 석유가 하락으로 구매력을 잃고 있고 중남미시장도 누적채무로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도 중공시장을 돋보이게 하는 요인중의 하나로 꼽힌다.
더구나 중공측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일본의 진출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작년 11월 일본을 방문했던 호요방중공당총서기는 중공의 개방정책이 바뀌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기회있을 때마다 다짐, 일본기업들의 불신감을 해소하는데 힘을 기울였으며 금년 들어 대련·청도 등 14개 항구도시를 경제특별구역으로 지정하겠다며 서방기업들에 미끼를 던져 놓고있다.
문제는 중공의 국내정세에서 오는 불안이다. 중공 안에는 아직도 등소평· 호요방의 근대화노선에 반대하는 문혁세력이 남아있으며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0년에 경험한「역풍」이 언제 다시 엄습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모든 사정을 감안하고도 중공으로 향하는 일본기업의 발길은 앞으로 계속늘어 날 것 갈다.【동경=신성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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